문화원자료
영산재발전을 위한 다양한 자료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문각집[산사의 편지 II]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22-07-04 22:29:27    237    0
[산사의 편지Ⅱ]

【순서 및 내용】
* 6501 / 팔정도(八正道) -정월-
* 6502 / 오대명절(五大名節) (음.2)
* 6503 / 삼짇날과 등용문(登龍門) (음.3)
* 6504 / 연등(燃燈)과 ‘등(燈)도둑’ (음.4)
* 6505 / 불교의 명절 단오(端午 (음.5)
* 6506 / 정말 소중한 것 (음.6)
* 6507 / 소나기? 소내기! (음.7)
* 6508 / ‘방하착(放下着)’ -놓아 버려라- (음.8)
* 6509 / 인생이란? (음.9)
* 6510 / 인생행로의 신호등 (음.0)
* 6511-1 / 동전 두 닢의 보시공덕 (음.11)
* 6511-2 / 동전 두 닢의 보시공덕 (음.11)
* 6512 / ‘성도재일’을 봉축하오며, (음.12)

내용

【내용】

* 6501 / 팔정도(八正道) -정월-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달을 ‘정월(正月)’이라 부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달인 만큼 바르게 시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그 바름에 대해 여덟 가지 덕목(德目)을 말씀하셨습니다.

▲ “팔정도”가 그것인데 첫 번째가 ‘정견(正見)’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바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물고기가 낚시꾼의 손에 잡히는 것은 미끼만 보고 낚시바늘을 보지 못해서입니다. 미리 아는 것은 지혜이고 당하고서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 “지혜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은 쌀로 밥을 짓는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의 소행은 모래로 밥을 지으려는 것이다(有智人 所行 蒸米作飯 無智人 所行 蒸沙作飯)” 1,400년 전 원효스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내 마음을 몹시 끌어당기는 일들의 거개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고, 그 반대인 경우는 싫거나 힘들어도 해야 할 일들이라는 게 고금의 이치입니다.

▲ 나머지 일곱 가지 덕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사유(正思惟 ‘意’): 바른 마음가짐 / 정어(正語 ‘口’): 바른 언어의 구사 / 정업(正業 ‘身’): 바른 행동과 몸가짐 / 정명(正命): 바른 직업과 사업 / 정정진(正精進): 끊임없는 바른 노력 / 정념(正念): 바른 기억력 / 정정(正定) : 바른 지혜를 위한 고요한 마음가짐입니다.

▲ 해가 바뀌면 부처님께 세배(歲拜)를 올리고 조상님들께 제사를 지내며, 어른들께 새해 인사를 드리는 것은 이 여덟 가지를 마음에 다짐하려는 데서 비롯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짐한 것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을 ‘도(道)를 닦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팔정도”는 인생이란 기나긴 여정에 나침반(羅針盤)과 같은 것입니다. 팔정도의 깊은 뜻을 가슴에 새기며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은 남의 일이 아니고, 성불역시 결코 먼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옷깃을 다시 여미고 ‘성불’을 향해
새 출발 하시는 여러분의 새해를 축하드립니다.


* 6502 / 오대명절(五大名節)

불교에는 불자님들께서 기억하셔야 할 ‘5대 명절’이 있습니다.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2월 8일 출가하신 날 / 2월 15일 열반에 드신 날 / 4월 초파일 태어나신 날 / 12월 8일 도를 이루신 날 / 그리고, 부처님께서 직접 정하신 7월 15일 백중이 있습니다.
이 달에는 이 가운데 ‘출가재일’과 ‘열반재일’이 들어있습니다. 가장 모범적인 시작과 완성이 어떤 것인지를 중생들에게 보여주신 두 명절입니다.

▲ ‘2월 8일 출가하신 날’은 부처님께서 태자시절 유학을 떠나신 날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훌륭한 스승과 벗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가까이 계시지 않으면 찾아서 나서야겠지요. 부처님의 출가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로부터 장장 6년에 걸친 태자 싯다르타의 수행은 목숨을 건 그것이었습니다. 지금도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에는 피골이 상접한 부처님의 고행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큰 나무숲을 지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키가 커졌네.” 학창시절 내 마음을 끌어당겼던 표어입니다.

▲ ‘2월 15일 열반에 드신 날’은 견줄 바 없는 행복의 주인공이 되신 날입니다.
‘열반’은 불을 입으로 불어서 끈다는 ‘취소(吹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의 ‘불’은 고통을 의미합니다. 어떻습니까. 어딘가 불편하신 곳이 있으시면 “~만 괜찮으면 살겠다.”고 하시지 않습니까.
‘열반’은 죽음이나 허무 또는 단순히 부처님의 기일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생들이 아파하고 불편해하는 모든 원인을 불을 불어서 끄듯 완전히 소멸시켰다는, 말 그대로 완전무결한 행복의 구현을 의미합니다.

‘출가재일’은 양력으로는 3월 20일(토)이고, ‘열반재일’은 3월 27일(토)입니다. 가정이나 직장에 계시더라도 오전 10시 인연있는 사찰 쪽 대웅전을 향해 마음을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 추신: 기념일이 하루 더 있습니다. ‘법우님 생신’이 정말 큰 기념일입니다. 모쪼록 만인이 함께 경하드리는 기념일의 주인공이 되시길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 6503 / 삼짇날과 등용문(登龍門)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3’이라는 숫자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해오고 있습니다. ‘1’은 최초의 양수(陽數)로서 하늘을, ‘2’은 최초의 음수(陰數)로서 땅을 상징한다 합니다. 1과 2가 만나면 3이 되는데, 천지와 음양이 화합하니 완전한 수이며 이로부터 만물이 생성하게 되므로 길(吉)한 숫자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 이 ‘3’이란 숫자가 겹치는 음력 3월 3일을 ‘삼짇날’ 혹은 ‘중삼일(重三日)’이라 불렀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진달래꽃을 따다 세시음식으로 화전(花煎)을 부치고 화면(花麪)을 만들어 사당(祠堂)에 올리고 이웃과도 나누어 먹었습니다.

▲ 이때쯤이면 되새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등용문’이라는 말입니다. 잉어가 ‘용문(龍門)’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머리에 뿔이 생기고 용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사찰에 가면 종각에 ‘불전사물(佛殿四物)’이라 하여 ‘범종’ ‘운판’ ‘법고’와 함께 ‘목어’라는 물고기 모양의 커다란 악기를 볼 수 있는데 이를 형상화 한 것입니다.

▲ 중국에서 장강(長江)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강이 황하(黃河. 464 km)인데, 잦은 범람이 큰 문제였습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댐(dam)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시도한 것이 기원전 2070년 ‘하(夏)’나라 때 ‘우왕(禹王)’이었고, 산서성(山西省) 용문현(龍門縣)에 3개의 댐(dam) 건설하였답니다.

▲ 이로써 홍수는 다스리게 되었지만 복사꽃이 필 무렵이면 모천회귀성(母川回歸性)인 잉어들이 황하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없던 댐이 그것도 3개씩이나 가로 막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과하는 것은 잉어들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 그래서 예로부터 이 날이면, ‘어변성룡(魚變成龍)’ 즉, 용(龍)을 꿈꾸는 사람들이 용문을 바라보는 잉어의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러 절을 찾습니다. 부처님께는 용이 되고 싶은 속마음과 계획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신다 하셨습니다. 바쁜 일정으로 절에는 못 오시더라도, 나름 방법을 찾아 꼭 찾아뵙고 자신의 계획을 점검하며 용의 꿈을 다져보시기 바랍니다. 열렬히 응원하겠습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한편, 이 날은 ‘차(茶)’를 준비하여 부처님과 선조사님께 ‘다공양(茶供養)’을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도 충담(忠膽)이라는 스님께서 삼짇날이면 경주 남산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께 다공양(茶供養)을 올렸다는 대목이 보입니다.


* 6504 / 연등(燃燈)과 ‘등(燈)도둑’

우리 모두의 자비로우신 어버이 서가모니부처님께서 오신 4월 8일은 대자연이 축제분위기를 연출하는 일년 가운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산과 들, 나무와 꽃 그리고, 새와 나비 등이 어우러져 굳이 꾸미지 않고 노래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복이 느껴지는 때입니다. 여기에 더해 훈풍에 흔들리는 ‘등’은 화룡점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요즘 ‘등’은 대부분이 보름달 모습의 주름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동국세시기』같은 옛 문헌에 보이는 ‘등’은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수박등, 마늘등, 참외등, 연꽃등, 모란등, 잉어등, 거북등, 학등, 봉등, 용등, 자라등, 가마등, 머루등, 화분등, 누각등, 북등, 종등, 연등, 태평등, 수복등, 만세등, 남산등, 일월등, 말 탄 오랑캐등 그리고, 발로 툭 차 구를 등.

정말 종류도 다양한데 이런 모습의 ‘등’이 생겨난 데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수박’은 씨가 많으니 자손창성을, ‘모란’은 꽃 가운데 황제이니 부귀영화를, ‘잉어’는 장차 용이 되는 물고기이니 입신양명을, ‘거북’과 ‘학’은 오래 사는 신령스런 동물이니 수명장수를, 이처럼 각자의 기원이 담겨있었던 것입니다.

▲ 그래서 예전에는 사찰에서만 등을 다는 것이 아니라 집집이 장대를 높이 세우고 맨 꼭대기에 할아버지 할머니 등, 조금 아래에는 아버지 어머니 등 또, 그 아래에는 자손들의 등을 차례로 달아 대문 앞에 세워두었다 합니다.

▲ 그런데 예기치 않은 사건도 있었답니다. 다름 아닌 ‘등 도둑’이 성행했다는 것입니다. 총각이 평소 마음에 둔 이웃집 처녀가 있으면 그 처녀의 등을 몰래 따다 자기 등 옆에 달아놓았답니다. ‘등 도둑’이지요. 그러면 그 처녀는 이웃 마을에까지 소문이 퍼져 어쩔 수 없이 그 총각에게 시집을 가야만 했다는 것입니다.

▲ 그래서 혼기에 든 처녀가 있는 집에서도 나름 대비책을 세웠으니 ‘등지킴=등대지기’ ※ ‘등대지기’ // 燈대 : 등을 달기 위해 세운 약 4m 가량의 장대. / ~지기 : 지키는 사람.
가 그것입니다. 밤을 지새우며 등을 지키다가 고운 사윗감이 오면 사다리를 놓아주고, 미운 사윗감이면 작대기로 쫓았다 합니다.

지금은 등의 모습이 통일되다시피 됐습니다만 대신 마음의 붓과 조각도로 자신의 꿈을 그리시고 또, 아로새기시며 부처님께 소원을 빌어보시기 바랍니다.


* 6505 / 불교의 명절 단오(端午)

‘단오’는 설날, 추석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명절로 꼽힙니다. 그리고 이날은 한국불교의 고유 명절입니다. “설마?” 하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습니다.

▲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자 중국에서 항의했습니다. 자기네 고유 명절이라는 거죠. 이에 대한 우리 측에서는 “명칭은 같지만 중국의 그것과는 기원이 전혀 다르다.”라고 답했습니다.

▲ 중국 단오는, 초나라의 충신이자 ≪초사≫의 저자인 ‘굴원’에게서 비롯됩니다. 왕의 잘못된 판단으로 간신배가 득세하며 나라가 망해가자 ‘굴원’은 비분을 못 이기고 ‘멱라수’에 몸을 던집니다. 이 충절을 기리기 위해 5월 5일을 제삿날로 정한 것이 그 기원입니다.

▲ 이에 비해 우리의 ‘강릉단오제’는 신라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굴산문’의 개산조 ‘범일국사님’을 기리는 명절입니다.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었고, 2005년에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 스님께서는 6년간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837) 명주 굴산사에 주석하셨습니다. 제48대 경문왕 등 스님의 덕을 사모한 역대의 왕들이 국사로 모시고자 했으나 응하지 않고 민중들과 함께하시며 교화에 전념하셨습니다.

▲ 입적하신 후, 인근 백성들은 스님의 교화를 생각하며 성황으로 모시고 자신들의 수호신이 되어주시길 간절히 기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1,100년 이상 기려오고 있습니다.

‘강릉단오제’는 산문 밖에서 특정 스님의 뜻을 기리는 유일한 행사입니다.


* 6506 / 정말 소중한 것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설법하시던 ‘바라나시’ 숲 속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 어느 날, 말먹이로 마련한 푸른 콩이 가득히 담긴 자루를 발견하곤 주인이 없는 틈을 타 한 움큼을 쥐더니 재빨리 근처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 원숭이는 그 콩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그만 한 알을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콩이 아까워 어쩔 줄 몰랐습니다.

▲ 안절부절못하던 원숭이는 손에 있는 콩을 모두 버리고 떨어트린 콩알 하나를 찾으려 땅위로 내려왔습니다.

▲ 원숭이의 이런 모습을 아까부터 유심히 바라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라나국의 ‘범여왕’이었습니다. 그런데 왕이 갑자기 명령을 내렸습니다. “회군하라!”

▲ 범여왕은 이웃 나라와의 전쟁을 위해 행군 중이었는데, 잠시 쉬다 이런 광경을 보았던 것입니다.

▲ 때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지닌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이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모를 때입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왜군의 배 133척을 마주한 이순신 장군의 말씀입니다.


* 6507 / 소나기? 소내기!

무더운 여름, 스님이 느티나무 그늘에 잠시 쉬고 있었고, 근처 논에는 농부 한 사람이 김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짧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 “농부님, 잠깐 이리 오셔서 쉬었다 하시지요.” “팔자 좋은 말씀, 놀면 누가 밥 먹여준답디까?” “이제 곧 한 줄기 할 겁니다.” “하늘이 저리 멀쩡한데 무슨 비타령?!”

▲ 예지치 않게 승강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농부가 내기를 걸자고 했습니다. 비가 오면 소를 스님에게 주고, 안 오면 스님의 걸망을 받기로 하자는 것입니다. 걸망에는 시주 받은 쌀 두어 됫박 밖에 없었지만 농부는 자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 스님이 기가 막혀 껄껄 웃다보니 그만 내기가 성립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쪽 하늘이 컴컴해지며 비가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농부는 깜짝 놀라 느티나무 한 쪽으로 황급히 비를 피했습니다.

▲ 한숨 돌리자 방금 전에 건 내기가 생각났습니다. 큰일이었습니다. 농부의 마음을 읽은 스님은 “안심하세요. 아무렴 소를 가져가겠습니까?!” 농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습니다. “스님, 너무 고맙습니다. 그런데 도를 얼마나 닦으셨기에 비를 내리게 하신 겁니까?”

▲ 농부는 스님이 도술을 부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아닙니다. 여러 날 다니다 보면 옷을 빨아 입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보니 아까부터 나던 쉰 듯한 냄새의 진원지가 스님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스님은 “땀이 옷에 배고, 밴 땀은 다시 마르고 이렇게 여러 날이 지나면 옷이 온통 소금버캐가 된답니다. 그러다 날이 좋으면 옷이 뻣뻣해지고, 비가 올라치면 눅눅해진답니다.” 농부는 비가 올 것을 예언한 이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자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를 생각하면 자신의 앞날이 ‘갠 날’일지 ‘궂은 날’일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 6508 / ‘방하착(放下着)’ -놓아 버려라-

인도에는 원숭이를 잡는 비법이 있답니다. 비법은, 우선 커다란 나무상자를 준비해놓고, 다음 원숭이 손이 겨우 들어갈 만한 구멍을 몇 군데 뚫어 놓습니다. 그리고 상자 안에 원숭이가 탐낼만한 과일을 넣어두기만 하면 됩니다.

▲ 과일의 아름다운 향기에 사로잡힌 원숭이는 탐색을 끝낸 후, 별 의심 없이 상자 안으로 손을 넣어 과일을 움켜쥡니다. 싱겁지만 원숭이 포획작전은 이로써 끝났습니다.

▲ 사냥꾼이 다가가면 원숭이는 본능적으로 달아나려 합니다. 그러려면 손에 쥐고 있는 과일을 내려놓는 것이 순서입니다. 과일을 쥔 채 손을 빼기에는 상자의 구멍이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하착’의 도리를 몰라 내려놓질 않습니다. 결국 사냥꾼이 아닌 과일에 잡히고 만 셈입니다.

▲ 사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망연’이라 합니다. 원숭이에게는 과일이 망연이고, 이기심으로 가득한 우리에게는 욕심이 망연입니다. 사람도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방금 그 원숭이처럼 속절없이 ‘무상살귀’에 잡혀 윤회의 늪에 빠지고 맙니다.

현주소가 ‘사바세계’인 우리에게 과일을 쥐고 있는 원숭이를 비웃을 자격이 아직은 없지만, 한가위를 맞으며 이웃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있기에 큰 희망이 있다 하겠습니다. 산하에 빛을 고루 선사하는 달님 같은 마음으로 넉넉한 추석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6509 / 인생이란?

조석으로 다소 찬 기운이 느껴지는 때입니다. 그리고 이맘때쯤이면, “인생이란?” 하고 사색에 잠기기도 합니다.

▲ 예전에 천하를 통일한 왕이 문득 인생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영웅호걸을 자처하는 능력자임에도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신하들에게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명을 내렸습니다.

▲ 관계자들이 모여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어느 날, 짐을 가득가득 실은 수레들이 연이어 궁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 “저것이 무엇이냐?” “30년 전 전하께서 말씀하신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결과이옵니다.” “내가 저토록 방대한 양의 서적을 어찌 다 읽겠는가. 1권으로 줄이도록 하라.”

▲ 학자들은 다시 3년에 걸쳐 1권의 책으로 줄였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임종에 처한 왕이 말했습니다. “누구든 좋으니 인생이 무엇인지 한 마디로 말해보라.”

▲ 한 신하가 큰 소리로 아뢰었습니다. “전하, 인생이란 태어나면 늙고, 늙다보면 병들고, 그리다 죽어가는 것입니다.” 왕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아! 그렇구나!” 하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인생은 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 전생이 궁금하면 처지를 보고
내생이 알고프면 처신을 보라.


* 6510 / 인생행로의 신호등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수천 명의 부하를 거느린 ‘도척(盜跖)’이라는 큰 도적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부하 중에 한 사람이 도척에게 물었습니다.
“유교(遺敎)에는 ‘오상(五常)’이라 하여 사람이 갖추어야하는 도리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도적에게도 이와 같은 것이 있습니까?”

▲ 그러자 두목인 도척이 말했습니다.
“왜 없겠느냐. ‘성용의지인(聖勇義知仁)’이라는 것이 있느니라.

⑴ 들어가 보지 않고도 어떤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 아는 것이 ‘성(聲)’이요,
⑵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며,
⑶ 뒤에 나오는 것이 ‘의(義)’이고,
⑷ 훔쳐도 될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지(知)’요,
⑸ 훔친 물건을 고르게 나누는 것이 ‘인(仁)’이니라.”

▲ 이쯤에서 불자의 도리로서 ‘살도음망주(殺盜淫妄酒)’를 대처한 ‘오계(五戒)’에 우리 자신을 비춰보고자 합니다.

⑴ 누구에게나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소홀히 대하지 않았는지,
⑵ 타인의 물건에 욕심을 내지 않았는지,
⑶ 이성에 대해 부적절한 마음을 품지 않았는지,
⑷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말을 하지 않았는지,
⑸ 무절제한 음주로 예상치 못한 실수를 범하지 않았는지?!

▲ 자식들이 집을 나설 때면 부모님들께서 의례히 하시는 말씀이 “길 잘 보고, 신호 잘 지키고 다니렴.”입니다. 부처님께서도 그런 마음으로 ‘계(戒)’를 지킴에 있어서 소홀함이 없기를 저희들에게 당부하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오계(五戒)’는 행복을 추구하는 인생행로에 있어 나와 남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신호등입니다.


* 6511-1 / 동전 두 닢의 보시공덕

인도에 가난한 처녀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장자가 시주할 물건을 수레에 가득 싣고 사찰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 ‘저 사람은 전생에 선행을 쌓아 저런 부자가 된 것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공덕을 짓지 못하고 있으니 내세에도 가난하겠지.’ 하며 슬퍼하다가 문득 고이 간직해 둔 동전 두 닢을 생각해 내고는 사찰로 가 시주하였습니다.

▲ 원래 사찰에서는 누군가 시주를 하면 그를 위해 축원을 해 주게 되어있고, 이를 담당하는 스님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처녀를 위한 축원은 사원에서 제일 큰스님인 회주스님께서 직접 해 주셨습니다.

▲ 주변의 사람들이 이를 보고 의아해했지만, 회주스님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처녀는 너무 기뻤습니다. 회주스님의 축원이 끝나고 사원에서 나오다 길가에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왕이 처녀를 보고는 마음에 들어 왕궁으로 데리고 가 왕비로 맞아들였습니다.

▲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 왕비는 왕에게, “제가 미천한 몸으로 전하를 모시게 된 것은 저를 인도해 주신 회주스님의 은덕인 듯하옵니다. 보은의 시주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라고 했습니다.

▲ 왕은 기꺼이 허락했고, 그녀는 시주물을 넉넉히 장만하여 회주스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회주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축원도 전담하는 스님에게 올리도록 하였습니다. 왕비는 섭섭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여 회주스님께 연유를 여쭈었습니다.


* 6511-2 / 동전 두 닢의 보시공덕

회주스님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예전에 동전 두 닢을 보시하셨을 때에는 순수하고 갸륵한 마음만이 충만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만심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보시함에 있어서 중요한건 재물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 그렇습니다. 육바라밀 가운데 맨 처음에 자리한 것이 ‘보시(布施)’임에서 알 수 있듯 ‘보시’는 수행의 덕목 가운데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7종류의 보시는 장려하고 있지 않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7종류의 보시란, ①집요한 요구를 거절 못해 하는 ‘수지시(隨至施)’ ②신상의 불이익을 염려해 하는 ‘포외시(怖畏施)’ ③이전의 은혜를 갚기 위해 하는 ‘보은시(報恩施)’ ④대가를 기대하며 하는 ‘구보시(求報施)’ ⑤관례 혹은 남을 따라서 하는 ‘습선시(習先施)’ ⑥천상에 태어나려고 하는 ‘희천시(希天施)’ ⑦자신의 명성을 과시코자 하는 ‘요명시(要名施)’ 등이며, 이를 ‘칠불보시(七不布施)’라 합니다.

▲ 그렇다면, 장려하는 보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남기지 않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입니다. 이른바 ‘동체자비(同體慈悲)’ 정신에 입각한 절대적 차원에서의 베풂을 말하는 것입니다. 손과 발이 서로 돕듯 자연스럽게 베푸는 보시를 말합니다.

▲ 베푸는 종류로는 ①재물을 베풀어 빈곤을 면하게 하는 ‘재시(財施)’ ②진리를 베풀어 깨달음을 얻게 하는 ‘법시(法施)’ ③짐승, 도적, 물, 불 등으로 인한 두려움을 면할 수 있도록 돕는 ‘무외시(無畏施)’ 등 세 가지가 있으며, 이를 ‘삼시(三施)’ 혹은 ‘삼단(三檀)’이라 합니다.

▲ 베풂의 대상에는 8종이 있습니다. ①불보 ②법보 ③승보 ④부모 ⑤스승 ⑥빈자 ⑦병자 ⑧축생 등이며, 이를 ‘팔복전(八福田)’이라 합니다. ‘복전’은 ‘복을 심어 거두는 밭’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때 심는 복은 계산할 수 있는 ‘유위복(有爲福)’ 이고, 거두는 복은 헤아릴 수 없는 ‘무위복(無爲福)’입니다.

손이 발을 도왔다면 그것은 손 자신을 도운 것이고, 발이 손을 거들었다면 그도 마찬가지 입니다. 손과 발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손발이 척척 잘 맞으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그렇게 돕고 그렇게 베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손발이 시린 계절입니다.


* 6512 / ‘성도재일’을 봉축하오며,

도를 구하려 애쓰는 수행자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큰스님을 찾아뵙고 ‘도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 큰스님이 수행자를 도량 한쪽에 자리한 ‘수각’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수조’에는 옥 같은 물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큰스님은 물속을 드려다 보라 했습니다. 도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드려다 보았지만 물 말고 달리 보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큰스님은 코를 물에 바짝 대고 드려다 볼 것을 주문했습니다.
수행자가 큰스님의 말씀대로 코를 물에 바짝 대는 순간이었습니다.

▲ 큰스님은 갑자기 수행자의 목을 눌렀고. 수행자는 물에 처박힌 채 반항조차 못하고 버둥거렸습니다.
얼만가 지나 큰스님은 수행자의 목을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물속에 코를 처박고 있으며 무슨 생각을 하였느냐?”

▲ 수행자는 기가 막혔지만 대답했습니다.
“생각이 무슨 생각입니까. 살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러자 큰스님이 말했습니다.
“네가 내게 물은 것에 대한 답이니라.”

▲ 돌아오는 음력 12월 8일은 불교의 ‘4대명절’ 가운데 하나로,
부처님께서 6년의 수행 끝에 성불하신 ‘성도재일’입니다.
성불하심도 봉축드릴 일입니다만, 거기에 이르시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최선에 최선을 다하신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어보면 한 결 같이 ‘성실’과 ‘최선’입니다.
혹, 추진하시는 일이 뜻과 같지 않더라도 중단이나 실패를 선언하기 보다는 전열을 가다듬고 물에 처박힌 심정으로 거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는 그것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범이며,
우리는 그분의 가르침을 통해 거듭 태어난 ‘불자’이기 때문입니다.

※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There is no royal road to learning.)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밴드 보내기
  • 블로그 보내기
  • 폴라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텔레그램 보내기
  • 텀블러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컨텐츠 목록
제목 조회 날짜
문각집 [산사의 편지 Ⅴ]
최고관리자    99
99 08-26
문각집 [산사의 편지 Ⅳ]
최고관리자    96
96 08-26
조어 신조어 * 마지고대 * 육화반 * 장수잡채 * 참회병 * 사라화
최고관리자    502
502 08-03
문각집 [산사의 편지 III]
최고관리자    301
301 07-04
>>  문각집 [산사의 편지 II]
최고관리자    238
238 07-04
문각집 [산사의 편지 I]
최고관리자    294
294 06-25
문각집 세시법문(歲時法門) II
최고관리자    278
278 07-31
문각집 세시법문Ⅰ
최고관리자    310
310 07-31
문각집 세모에 되새겨보는 ‘삼법인(三法印)’ - 유종의 미 -
최고관리자    313
313 12-28
문각집 너 자신을 알라 – 우리의 현주소 ‘사바세계’ -
최고관리자    882
882 10-15
문각집 하심(下心)
최고관리자    365
365 07-21
문각집 참회(懺悔)와 절개(節槪)
최고관리자    395
395 05-18
문각집 <대비주>와 『반야심경』의 어울림
최고관리자    442
442 03-25
성보 탄생상봉안불감(誕生像奉安佛龕)
최고관리자    341
341 01-08
문각집 방하착(放下着) -보살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있다-
최고관리자    621
621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