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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산사의 편지 I]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22-06-25 10:14:18    294    0
[산사의 편지 I]

불기 2564년 6월~2566년 6월
※ 6406 → 불기 2564년 6월

【순서 및 내용】
* 6406 / 유월 유두(六月 流頭) -보석 같은 달 유월!- (음.6)
* 6407-1 / 칠월칠석(七月七夕) (음.7)
* 6407-2 / 칠월백중(七月白衆) (음.7)
* 6408 / 팔월 한가위 -우리나라 최초의 가악인 ‘도솔가’- (음.8)
* 6409 /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고려청자- (음.9)
* 6410-1 / 오세암(五歲庵) - 동안거 - (음.10)
* 6410-2 / 입시를 앞둔 수험생 여러분께 (음.10)
* 6411 / 동지(冬至) -팥죽- (음.11)
* 6412 / 성도재일(成道齋日) (음.12)

내용

【내용】

* 6406 / 유월 유두(六月 流頭) -보석 같은 달 유월!-

어느새 초복(初伏)이 지나고 음력 6월로 접어들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먼저처럼 매일 아침 소식을 드리지는 못해도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하는 생각에 안부삼아 글을 드립니다.

▲ 예전 이야기입니다만 음력 유월을 김매기로 너무 힘든 달이라 해서 흔히 ‘썩은 달’ 혹은 ‘액달’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 흘리는 땀 한 바가지는 가을 추수 때 쌀 한 가마였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유월에는 혼사나 이사 또는 솜이불빨래처럼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은 피하였습니다. 오직하면 앉은 방석도 돌려놓지 않는다 하고 이때 오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겠습니까.

▲ 하지만 유월에는 ‘유두’라는 세시풍습이 있습니다. 양(陽)의 방위인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절기행사를 두어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도록 한 것은 조상님들의 지혜라 하겠습니다.

▲ 그런데 같은 ‘산(山)’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듯 스님들의 눈에는 잡초가 무성한 곳으로 또 한군데가 보였습니다. 다름 아닌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 이 마음을 ‘밭’에 견주어 ‘심전(心田)’이라고 합니다. 심전을 잘 가꾸면 깨달음이란 열매를 얻지만, 자칫하면 논밭에 잡초가 무성하듯 번뇌라는 ‘무명초(無名草)’만 무성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수행자들은 잡초가 무성한 유월을 심전을 가꾸는 기회로 삼고 유월 보름 ‘유두’를 전후로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을 개설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계율을 도구삼아 심전의 잡초를 솎아 내는 불사(佛事)입니다.

▲ 새삼스럽게 들리셨을지 모르나 신라시대로부터 고려와 조선을 거쳐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법회입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으시겠습니다만 이런 어려움조차도 공부거리로 삼으시고 마음 밭에 자라나는 무명초인 번뇌를 솎아내시기 바랍니다.

그토록 원하는 “부와 명예”는 누구의 말처럼 거울 같아서 자칫하면 깨지고, 약한 입김에도 흐려지기 쉽습니다. 진정한 부와 명예가 어떤 것인지를 화두(話頭)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유월이 보석 같은 달이라는데 동의하시는지요?!


* 6407-1 / 칠월칠석(七月七夕)

어느새 음력 7월입니다. ‘오탁악세(五濁惡世)’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이 꼬리를 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 보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알아보려는 ‘칠성(七星)’과 ‘백중(白衆)’의 유래와 의미도 그 일환입니다.

▲ 먼저 칠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서두에 분명히 해 둘 것은 ‘칠성신앙’은 곧 불교 최고의 신앙인 ‘화엄신앙(華嚴信仰)’이라는 점입니다. 화엄신앙은 우주와 우리 자신에 내재된 진리체계에 대한 교설(敎說)과 믿음을 말합니다.

▲ 그런 만큼 그 내용이 어렵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큰스님들께서는 한 방울의 바닷물에서 바다 전체의 맛을 느낄 수 있듯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내셨습니다. 밤하늘의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보며 우주의 진리를 깨닫도록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 잠시 말을 바꾸어 종교의 사명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인류가 지닌 가장 기본적이고 소박한 소원인 ‘자손창성’과 ‘무병장수’의 방법을 제시해주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 궁극적인 방법 역시 우주의 진리 가운데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입니다.

▲ 문제는 좋은 약도 그 맛이 쓰면 복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초콜릿이나 설탕으로 코팅을 하면 복용이 용이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교리인 화엄신앙에 우리민족 고유의 신앙이자 도교의 신앙이기도 한 칠성신앙을 살짝 가미한 것이 지금의 칠성신앙인 것입니다.

▲ 잠시 나 자신과 우주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혀 별개일 것 같은 내가 곧 그 일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감하신다면 우주의 이치를 알고 따르는 것이 곧 자신과 자손의 창성을 이루는 길임에도 동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올 칠석에는 밤하늘을 꼭 올려다보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도회지의 별님들은 모두 지상으로 하강하셔서인지 뵙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마음의 눈으로 살피시면 그동안 무엇을 잊고 살아왔는지 또, 우리 모두는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하는지 그 답이 보이실 것입니다.
나무 금륜보계 치성광여래불


* 6407-2 / 칠월백중(七月白衆)

불교에서 음력 7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칠석(七夕)’은 어린이 날이자 연인의 날이고, ‘백중’은 ‘어버이 날’입니다. 이 가운데 ‘백중’을 불교에서는 ‘4월 8일, 부처님 오신 날’ ‘12월 8일, 부처님 되신 날’ ‘2월 15일, 부처님 열반하신 날’과 더불어 4대 명절로 꼽습니다.

▲ 일반적으로는 백가지 햇곡식과 과일로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는 날이라 하여 일백 ‘백’자와 가지 ‘종(種)’자를 써서 ‘백종(百種)’이라고도 합니다. 불교에서는 고할 ‘백(白)’자와 무리 ‘중(衆)’자를 써서 ‘대중에게 고(告)하다’라는 의미로 ‘백중(白衆)’이라 합니다.

▲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의 애착을 덜어주시기 위해 거처를 옮겨가며 수행함을 원칙으로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기(雨期. 4월15~7월15)에는 교통도 불편하고 위생관리도 어려우며 곤충과 같은 작은 생명들을 해칠 염려 등 위험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지혜로우신 부처님께서는 이 기간을 특별 수행기간으로 삼도록 하셨습니다.

▲ 따라서 백중일은 수행기간이 끝나는 날로서 방학과도 같은 날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해방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간의 수행과정이나 결과의 문제점에 대해 대중들과 함께 토론하는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토론을 ‘자자(自恣)’라고 하는데 방아를 찧고 난 뒤 ‘키질’로써 순수한 알곡만 얻는다는 이치입니다.

▲ 스님들은 이렇게 얻어진 공덕(功德)을 자신의 몫으로만 하지 않고 인연불자와 나눔을 보람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우란분경에서는 이 날을 “부처님께서 환희하시는 날이고, 스님들은 토론을 벌이는 날(佛歡喜日 僧自恣日)”이라 했습니다.

▲ 한편, 이 날은 생전의 죄로 지옥고를 받는 어머님을 구원하여 왕생토록 한 목련존자의 효성을 기리는 의미에서 부처님께서는 기념일로 삼으셨습니다.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스님으로부터 나누어 받은 공덕을 부모님께 회향(回向)하면 돌아가신 부모님께서는 왕생극락하시고 생존하신 경우에는 수명장수 무병장수하신다 하셨습니다.

▲ 불자들은 이렇듯 고마운 스님들께 의복, 음식, 탕약(湯藥), 좌구(坐具) 등으로 수행을 도와드렸으니 이를 ‘사사시주(四事施主)’라 합니다.

허공의 끝은 있을지라도 부모님의 은혜는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손들은 이를 잊고 살아갑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2%를 채우는 달로 삼아보시기 바랍니다.


* 6408 / 팔월 한가위 -우리나라 최초의 가악인 ‘도솔가’-

오고 가는 일조차 삼가야하는 엄중한 시국입니다. 위로와 안부의 말씀도 궁색합니다. 그래도 잠시나마 시름을 놓으시기 바라며 음력 8월 ‘가운데 날’을 의미하는 ‘한가위’의 유래와 의의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 이 날을 명절로 기려온 것은 신라 제3대 유리왕(24~57재위) 때부터입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왕이 나라 안을 순행하다 한 노파가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는 것을 보고 반성하여 선정에 박차를 가하였다 합니다.

▲ 왕은 복지를 위해 두 왕녀를 팀장으로 6부의 아녀자를 나누어 7월 보름부터 길쌈을 시작하여 8월 보름에 승부를 가렸습니다.
그리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장만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온 백성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삼았다 합니다.

▲ 이런 노력으로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 백성들은 왕의 덕을 칭송하며 태평성대를 노래했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가악인 ‘도솔가’는 이렇게 탄생했다합니다.

▲ 도솔가에서 ‘도솔’은 석존께서 머무시던 천상이며 지금은 미륵불께서 계시다 합니다. 부처님께서 계신 극락세계만큼이나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 그리고 보면, 가위는 심덕이 곱고 아름다운 선조님들의 마음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빚어진 송편과도 같은 불교의 명절이기도 합니다.

▲ 아쉽게도 도솔가의 가사는 전해지고 있지 않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고 추석이면 하는 말이 그 내용이 아니겠는지요?!

▲ 요즘 코로나19로 그간의 일상이 그립고 소중함을 새삼 느낍니다. 특히 조상님들께 다례를 모시는 것도 태평성대라야 가능한 일임을 생각하니 명절을 노동절인양 여겼던 철없음을 뉘우치게 됩니다.

어려운 때입니다만 ‘한가위’의 속뜻이 ‘큰 나눔’임을 생각하시며 마음만큼은 도솔천처럼 풍요롭게 명절 중에 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만춘 합장


* 6409 / 9월 9일 중양절(重陽節) -고려청자-

춘하추동의 중간달인 음력 2, 5, 8, 11월에 길일을 택해 고조부모(高祖父母)까지 받들던 제사를 ‘시제(時祭)’라 합니다.『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의하면 조선 중엽부터 춘추 2회로 줄여 봄에는 삼짇날, 가을에는 중양절에 지내기도 한다 합니다.

▲ 생각해보면 제사는 곧 곳간을 여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지내시던 선조님들께 이 날은 조상님의 음덕(蔭德)을 기리는 일 외에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하겠습니다.

▲ 본사에서는 매년 ‘중양절’이면 우리 모두의 어버이이시고 스승이신 서가모니 부처님과 제불보살님 그리고, 개사 이래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신 조사스님들과 불조의 혜명을 이어감에 신심과 정성을 기울이신 신도님 영가제위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다례(茶禮)’를 봉행해오고 있습니다.

▲ 그런데 다례를 모시려면 ‘차(茶)’와 ‘다구(茶具)’가 필요하겠지요. 차제에 ‘고려청자(高麗靑瓷)’에 관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고려시대 불자님들의 큰 소망 가운데 하나가 사후 극락에 태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위대한 스승이신 ‘아미타불’과 ‘관음, 세지’ 같은 보살님들이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유컨대 학생들이 좋은 학군(學群)을 선호하는 것과 같다하겠습니다.

▲ 그런데 의도한대로 그분들을 뵙게 되면 존경하는 어른이신만큼 무언가 폐백(幣帛)을 올려야겠지요. 당시로서 어른께 올리는 최고의 선물은 ‘차’였습니다. 그러자니 찻주전자, 다관(茶罐), 찻잔 등 ‘다구’는 필수였습니다.

▲ 이쯤에서 풀리는 의문이 있습니다. 고려청자가 왜 그토록 명품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수가 적지 않은지 등에 대한 이유입니다. 부처님께 차를 올릴 다구였기에 그 제작에 정성을 다했고, 혼(魂)이 담겨진 만큼 예술적 가치도 뛰어났던 것입니다. 또, 부장품(副葬品)으로 땅에 묻혀있었기에 수세기를 넘어 오늘날까지 온전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고려청자의 고운 자태와 모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비취빛은 이렇게 탄생하였으니 곧 불심(佛心)이 빚은 자태요 빛깔이라 하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건강과 마음을 함께 돌보시며 고려청자처럼 고운 결실 거두시길 기도하겠습니다.


* 6410-1 / 오세암(五歲庵) - 동안거 -

내설악의 관문인 백담사에서 10㎞쯤 떨어진 마등령아래 ‘오세암’이 있습니다. 신라 자장율사 창건으로 본래 이름이 ‘관음암’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사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합니다.

▲ 고려 말, 한 마을에 역병(疫病)이 돌아 사람이 모두 죽는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3살짜리 어린애만이 천우신조로 살아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아이에게는 일찍이 스님이 된 삼촌이 있었습니다. 관음암의 주지인 설정스님이 그분인데 관세음보살님의 계시로 어린 조카를 데리고 암자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 어린 조카는 말보다 염불을 먼저 배울 만큼 영민했습니다. 5살이 되던 늦은 가을이었습니다. 장만해 놓은 식량이 부족해 양양까지 가야만했습니다. 어린 조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두고 가자니 불안이 가시질 않습니다.

▲ 스님은 조카에게 “내가 식량을 구해올 테니 절문 밖에 나가지 말거라. 그래도 겁나거나 심심하거든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도록 하렴.” 수 없이 당부하며 마음을 놓지 못하자 아이는 오히려 “네. 스님 제 염려 마시고 잘 다녀오십시오.”라며 목탁을 번쩍 들어보였습니다.

▲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미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이듬해 봄, 눈이 녹기 시작하자 조카의 시신이라도 거두어 줄 양으로 서둘러 암자를 향했습니다. 그런데 암자가 가까워지자 목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카는 건강한 모습으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자초지종을 묻자 상단에 모셔진 관세음보살님을 가리키며 “저 분이 밥도 주시고 이야기도 해주셔서 잘 지냈습니다.”고 하였습니다.

▲ 이상은 오세암에 얽힌 전설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불교적으로 이해하면, 5살배기 동자가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염불을 했고 그래서 도를 통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염불도 참선도 모두 천진한 마음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 음력 시월은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달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제천의식을 거행하였기로 ‘상달’이라 합니다. 한편 기온은 급격히 내려가고 교통은 불편하여 수행자들은 ‘동안거’ 즉, 한 곳에 머물며 오세암의 동자와 같은 마음으로 수행할 곳을 찾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생업으로 선원이나 염불원에 머무심은 어려우시겠지만 자신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천진불”을 안거기간 동안 함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6410-2 / 입시를 앞둔 수험생 여러분께

축하드립니다! 지난 수능시험에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니 참으로 장하십니다.

▲ 갑작스럽고 뚱딴지같은 소리에 무슨 장난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셨지요?! 그러나 예전의 우리 인사법은 이랬습니다. 즉 상대방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기정화 함으로써 꼭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인사법이랍니다.
어쨌거나 다시 한 번 ‘장하십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수험생으로서 어려움이 많으리라 충분히 짐작됩니다만, 현재 이 시점까지 이른 것만 해도 훌륭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 이렇게 몇 자 적는 것은 ‘마음 가다듬는 일’을 도와주고 싶어서입니다.
첫째, 시험의 실체를 바로 알아야 합니다.
모름지기 인생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시험 당하고 살아서는 안됩니다. 내가 나를 평가하여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는 작업의 일환이 곧 시험임을 알아야 합니다.

둘째, 자신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학교에서 국사나 세계사를 배우는 것은 온고지신에 그 목적이 있듯, 지금까지의 자신을 살펴 새 길을 열어나가는 주인 역시 자신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노력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곧 두려움을 안겨다주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셋째, 정신세계를 알자는 것입니다.
요즈음 텔레파시라는 말의 보편화로 정신세계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학업에 전념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정신세계를 개척하는 것이며, 불자들이 절에 가서 공을 들이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리강좌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님께서 부처님께 정성을 드리는 한 부처님의 보살핌 또한 분명하실 것을 굳게 믿고 수험 준비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넷째,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님께서 절에 오셔서 기도하시는 것에 대한 부담은 안 가져도 됩니다. 오히려 그간 다소 등한했던 신앙생활에 충실하시는 계기를 제공한 여러분에게 고마워하고 계시며 자식 둔 보람을 느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역경과 고난을 마다 않고 고지를 향해 부단히 정진하는 여러분께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여러분의 건승을 부처님께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


* 6411 / 동지(冬至) -팥죽-

이 달의 사찰행사로는 동짓날 ‘팥죽공양’이 있습니다. 정성껏 마련한 ‘팥죽’을 부처님께 올리고, 대중이 함께 나누어 드시는 전통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하선동력’이라는 말처럼 새해달력을 나누어 드림을 연례행사로 하고 있습니다.

▲ 동지에 ‘애동지’ ‘중동지’ ‘노동지’가 있다는 말씀을 들어보셨는지요. 동짓달을 열흘씩 삼분하여 상순에 동지가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합니다.

▲ 애동지가 드는 해에는 아이들의, 중동지에는 중년들의 그리고 노동지에는 노인들의 건강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이는 동지가 드는 시기를 계기로 가족 구성원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라는 옛 어른들의 지혜라 하겠습니다.

▲ 또,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이미 양기가 충만하다고 생각해서랍니다. 그러니 ‘쑤지 않는다’가 아니라 ‘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쑤면 더 좋다는 뜻이겠지요?!

▲ 이처럼 동지에 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백곡지왕’인 팥은 알이 굵기도 하지만 빛깔이 붉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들어있다고 보아서랍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같은 음기를 쫓아내는 주술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방안을 강구하다보니 죽을 쑤어 먹기에 이른 것입니다.

▲ 한편, 매년 이때쯤이면 ‘동문지보’인 달력을 나누어 드리는데, ‘절달력’에는 팥죽 못지않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날짜만 챙기지 말고 부처님께서 힘주어 말씀하신 ‘무상’의 이치를 생각하라는 가르침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 전 세계가 대재앙 코로나19에 갇힌 지 어언 1년이 되어오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천둥소리에 모두가 한마음이 되듯, 이를 계기로 혹시 그동안 지나치게 이기적이지는 않았는지 각자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 중생이 있기에 부처님이 계시고, 사바세계가 있기에 극락세계가 있는 것처럼 위기와 기회는 함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동지는 밤이 긴 날이 아니라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라는 발상의 전환과 함께 모든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시고 행복의 주인공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6412 / 성도재일(成道齋日)

음력 섣달에는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성도재일’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음껏 봉축할 수 없는 시절인연이 냉엄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삭을 줍는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생각하며 두 손 모아 성도하심을 봉축드립니다.

▲ 말씀이 다소 무겁게 시작하는 것 같아 세종대왕 당시 ‘황희 황정승’에 얽힌 일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황정승은 하인들 가운데 충직하고 근면한 두 사람을 골라 종의 신분으로부터 방면해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두 하인을 불러 말하기를,
“그간 애쓴 공을 생각해 종의 신분을 면토록 해주려하느니라. 그리고 당장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소간의 재물을 주려하니 그리 알아라.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는데 새끼줄을 좀 꼬아줘야겠다. 분량은 알아서 하면 된다. 자, 내일 새벽에 보자꾸나.”

▲ 두 하인은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종의 신분을 면하는 것만도 황송한데 재물까지 주신다니…’
흥분이 가라앉자 방금 전 ‘새끼줄을 꼬아 달라.’는 황정승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한 사람은 ‘얼마나 고마우신 어른인가. 하해 같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열심이 꼬아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밤이 이슥하도록 정성을 다해 새끼줄을 꼬았습니다.
한편, 다른 사람은 ‘고맙기는 한데 끝까지 부려먹는 건 뭐람.’하고 꼬는 둥 마는 둥 잠이 들었습니다.

▲ 새벽이 되자 두 사람은 꼬아놓은 새끼타래를 들고 정승의 처소로 갔습니다. 황정승은 온화한 미소로 그간의 노고를 거듭 치하한 후, 한 쪽에 놓인 궤짝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꼬아 온 새끼줄에 저기 궤짝에 들어있는 엽전을 꽂을 수 있을 만큼 꽂아 가도록 해라.”
순간 두 사람의 희비는 엇갈렸습니다. 유종의 미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누군가 말했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종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소리냐. 네 주인이 너 말고 또 누가 있다는 말인가?”라고.
그렇습니다. 불교의 목적은 누구나가 주인다운 주인이 되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애초부터 중생이 아닙니다. 종은 더더욱 아니지요. 서가모니 부처님과 더불어 다름없는 불성을 지닌 부처님이십니다.

한 가지 유념하셔야 할 것이 있다면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과 꿈 역시 부처님과 같아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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