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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너 자신을 알라 – 우리의 현주소 ‘사바세계’ -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20-10-15 15:59:34    882    0
너 자신을 알라 – 우리의 현주소 ‘사바세계’ -

 

내용

【내용】

* 너 자신을 알라 – 우리의 현주소 ‘사바세계’ -

핵가족이 대세가 되며 사회 일반의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게다가 난방도 보일러로 하다 보니 윗목 아랫목이 없어졌다. 그래서 하는 말이 ‘이제는 어른 아이가 없다’고 한다.

사찰에 가면 당우 가운데 ‘큰방’ 혹은 ‘대방’이라는 곳이 있다. 여러 승려가 함께 거처하는 방을 말한다. 예불할 때는 법전으로, 공부할 때는 강당으로, 공양할 때는 식당으로, 대중공사(大衆公事)가 있을 때는 회의실로, 잠 잘 때는 침실로 사용하는 말 그대로 다용도실이다. 따라서 그 규모도 크거니와 무엇보다도 여느 방과 달리 도를 논하고 구하는 판도방(判道房)이기에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이 방에는 아직도 윗목과 아랫목이 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둥 밑에 크게 써서 표시를 해 놓았다. ‘삼함(三緘)’과 ‘오관(五觀)’이 그것이다. 대중은 이 표시를 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아야한다. 혹, 이를 분간하지 못하면 장판 때가 덜 묻었다는 핀잔을 면키 어렵다.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삼함’이라 적혀있는 곳이 아랫목으로, ‘하판(下­)’이라고 부르며 본방(本房) 대중들의 공간이다. 상대적으로 ‘오관’의 표시가 있는 곳은 윗목으로, ‘상판(上­)’이라고 부르는데 수행을 목적으로 일정 기간 머무는 객스님들의 구역이다. 아마도 장기간 머무는 외부의 수행자가 본방 대중을 밀치고 아랫목을 차지할 수 없어 그렇게 정해진 것일 것이다.

<1> 하판의 주인인 본방 대중의 도리

하판 기둥아래 적힌 ‘삼함’은 삼함지계(三緘之誡)라는 뜻이다. 함(緘)은 꿰맨다는 뜻이니, 입을 세 번 꿰맨다는 의미로서 말을 삼가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한때, 공자께서 주(周)나라를 살펴보다 태조후직(太朝后稷)의 사당에 들어가시게 되었다. 후직은 순임금을 섬겨 사람들에게 농사를 가르쳤고, 후일 주나라의 시조가 된 사람이다. 사당 오른쪽 계단 앞에 쇠로 만든 동인(銅人)이 있었는데, 그 입이 세 번 꿰매어져 있었고 그 등에는 ‘예전에 말을 삼가던 사람(古之愼言人也)’이라고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를 ‘동인지명(銅人之銘)’이라고 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보이는 말씀이다.

또, 어머니를 모시고 봉양하며 염불정진 한 것으로 유명한 송(宋)의 장로자각색(長蘆慈覺賾) 선사는 「자경문」 서두에서,

마음을 밝게 비추는 데는 성스러운 침묵이 으뜸이요, 이미 세 번 생각하고 하는 말이라면 마땅히 네 가지 실다운 말 즉, 여어(如語. 대승에 진여의 법이 있다는 말씀), 실어(實語. 사제법이나 인과의 법칙 등 여실한 진리의 말씀), 불광어(不誑語. 중생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다는 말씀), 불이어(不異語. 이상의 말씀을 번복하지 않는 말씀) 등을 쫓을지니라(神心洞照聖黙爲宗 旣啓三緘宜遵四實).’

라는 말씀으로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정리컨대 「계초심학인문」에서도 ‘손님을 대하여 말할 때 집안의 허물을 드러내지 말라(對客言談 不得揚於家醜)’하였듯, 주인으로써 집안의 허물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칫 누워서 침 뱉기가 되기 때문이다.

<2> 상판에 머무는 객승의 자세

상판 기둥아래 적힌 ‘오관(五觀)’은 5가지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상판에 자리한 타방의 스님들이 새겨야 할 단어다. 자신이 왜 여기에 머물고 있는지 스스로 되살펴 이 절에 오게 된 본래의 뜻을 잊지 말고 수행에 전념하도록 경책하려는 것이다. 공양시 「반야심경」에 <오관게(五觀偈)>라는 게송이 있다.

計功多少量彼來處(계공다소양피내처)
공력은 얼마나 들었을까. 어떤 연유로 가져 왔을까.
忖己德行全缺應供(촌기덕행전결응공)
마음 돌려 자신을 반성해 보세. 부족한 점 깨우쳐야 빚이 안 되지.
防心離過貪等爲宗(방심리과탐등위종)
뵈지 않는 마음 허물 잘 다스리세. 탐진치 삼독심은 정말 독이니,
正思良藥爲療形枯(정사양약위료형고)
우리가 언제는 맛을 탐했나. 인생난득 불법난봉 깊이 새길 뿐.
爲成道業應受此食(위성도업응수차식)
불퇴전 성정각 법륜을 굴릴, 정진력 보살필 음식일 뿐인걸.

본방 대중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절 내부의 이야기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면, 타방 스님들은 일주문 안으로 발을 드려놓으며 다진 각오를 잊어버려선 안 된다는 뜻이다. 누구에게나 각자 지켜야 할 본분이 있다.

<3> 사바세계의 중생은 모두 제도의 대상

불교에서는 제도의 대상을 살아있는 사람만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육도에 윤회하는 모든 중생을 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법회가 있을 때면 영가를 청하는 의식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창혼(唱魂)>이라 한다.

그리고 이 <창혼>에서 이 글의 주제인 ‘너 자신을 알라’에 접근할 단서를 찾아 볼 수 있다. <창혼>은 ‘사바세계’로 시작한다. 즉, 당일 재를 거행하는 재주(齋主)의 주소를 먼저 밝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불교 전통음악인 범패로 거행할 경우, 난이도가 높고 시간이 소요되는 대목이 여기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좀 더 포커스를 좁혀보면, 사바세계에서 ‘계(界)’자가 그것이다. 범패에서 난이도 0순위라 하면 ‘사구성(四句聲)’을 꼽는데 ‘계’자에 들어 있으며, 시간은 약 5분 남짓 소요된다. 유행가 1~2곡은 부를 수 있는 시간이다. 난이도가 높고 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가 깊어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반추동물인 소가 되새김하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즉, 자기 자신이 처해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사바세계임을 알라는 의미다.

<4> 사바세계가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사바세계! 귀에 익숙한 탓에 딱히 별다른 느낌이랄 게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현주소의 가장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어다. 나의 국적인 대한민국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별 지구보다,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보다, 태양계가 자리한 우리은하계보다 더 앞에 자리한 이름이 사바세계다.

불교 입장에서 보면, 주소는 동업중생(同業衆生)이 모여 있는 곳임을 알리는 표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에 이웃 나라 사람들과 차별화 되고, 지구에 살고 있기에 외계인과 다르며, 우리은하계에 살고 있기에 다른 은하계의 생명체와 구분된다.

그렇다면 사바세계란 어떤 의미이며 무엇과 구분되는 것일까? 사바세계(sahā-loka-dhātu)를 한역하면, 인토(忍土)․감인토(堪忍土)․인계(忍界)가 된다. 어원적으로는 ‘참다’라는 의미로, 안으로는 생․노․병․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 사고팔고(四苦八苦)를, 밖으로는 풍우한서(風雨寒暑) 등의 고뇌와 고통을 참고 견뎌야만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고뇌와 고통을 피할 방법이 딱히 없는 세계라는 말이다. 다행히 음성교체세계(音聲敎體世界)라고도 하는데서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다. 가르침의 수단을 음성으로 하시는 석존의 교화가 미치는 세계라는 뜻이기에 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사바세계는 인연에 얽혀 이루어진 유위(有爲)의 세계다. 무위(無爲)의 세계인 불국정토와는 상대적으로 매우 열등하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그런 마음자세로는 성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바세계로부터의 탈출을 서둘러서도 안 된다. 『법화경』 비유품에서 말씀한 ‘불타고 있는 집의 비유(火宅喩)’에서처럼 지혜롭고 자애로운 아버지의 안내를 따라야 한다. 급하다고 출구가 아닌 벽이나 맹렬한 불 속을 향해 치닫는다면 큰일이다.

성현들의 말씀에는 통하는 것이 있다. <창혼>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변치 않는 소크라테스(Socrates B.C.470~B.C.399)의 금언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씀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5> 사바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바세계에서 불국정토로 옮겨가기 위한 방법을 간결하게 표현한 게송이 있다. 「시련절차(侍輦節次)」나 「봉송의식(奉送儀式)」 등에 보이는 <행보게(行步偈)>가 그것이다.

移行千里滿虛空(이행천리만허공) 극락으로 가시는길 어디에든 있사오니
歸道情忘到淨邦(귀도정망도정방) 망령됨만 잊으시면 극락정토 이르시고
三業投誠三寶禮(삼업투성삼보례) 삼업으로 정성다해 삼보님께 절하시면
聖凡同會法王宮(성범동회법왕궁) 성현범부 모두함께 법왕궁에 모입니다.

현명하신 독자님들께서는 이미 무릎을 치셨을 것이다. 노파심에서 부연하면, 우리의 목적지는 정토인데, 거기에 이르는 길이 허공에 꽉 차있다는 말씀이다. 즉, 마음만 먹으면 바로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방법이 있지 않겠는가?! 이 역시 간단하다. 간단해도 너무 간단하다. 진리에 입각해 신구의 삼업(三業)만 잘 단속하면 된다는 말씀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삼업의 주인이 각자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어떤 납자가 큰스님께 성불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쭈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세수하면서 제 손으로 제 코 만지는 일보다 쉬우니라.”고 했다.

자— 그렇다면, 상․하판 대중 여러분! 우리도 한 번 해 봅시다. 우선 부처님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서 그분처럼 말하고 또, 생각해 봅시다. 앉는 것은 하겠는데, 그분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것은 잘 모르시겠다고요? 마음이 모든 것의 근본[心爲法本]이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마음 가운데 길이 있다니 그리 어렵진 않으실 것입니다. 설법을 위한 선행의식인 「거량(擧揚)」에 보이는 게송 한 수를 소개드리며 어서 속히 대각의 주인공이 되시길 충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我有一卷經(아유일권경) 나에게 한 권의 경책이 있나니
不因紙墨成(불인지묵성) 종이나 먹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네.
展開無一字(전개무일자) 펼쳐보면 한 글자도 없지만
常放大光明(상방대광명) 언제나 위대한 광명을 놓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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