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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하심(下心)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20-07-21 15:27:06    365    0
하심(下心)

 

내용

【요점】

절 집안의 가풍은 일반 속가와 여러 가지가 다르다. 그 가운데 하나로 인사하는 모습을 꼽을 수 있다. 세간에서는 고개만 숙이거나 몸을 숙인대도 약간이다. 그런데 절 집에서의 인사는 코가 땅에 닿도록 해야한다. 자기 자신을 최대한 낮추라는 뜻이며, 이렇게 인사하는 것을 ‘굴절비례(屈節卑禮)’ 즉, 뼈마디를 굽힐 수 있는 만큼 굽히고 자세를 낮출 수 있는 만큼 낮춰 예를 갖추라는 것이다.

【내용】

▶ 자신의 진정한 모습은?

어느 도사(道士)가 막 생쥐를 채가려는 솔개를 보았다. 그는 급히 달려가 사나운 솔개 주둥이에서 작고 가여운 생쥐를 빼내 주었다. 그리고 숲 속에 있는 자기 토굴로 데리고 가서 먹을 것을 주며 보살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생쥐를 해치려하자 도사는 생쥐를 사나운 고양이로 변하게 했다. 그 날 밤 숲 속에서 들개가 짖어댔다. 고양이는 도사에게로 달려와 숨었다. 이를 가엾게 여긴 도사는 고양이를 커다란 개가 되게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굶주린 호랑이 한 마리가 그 개를 보고 달려왔다. 도사는 다시 손짓 한 번으로 늠름한 호랑이로 변하게 했다. 그러자 더 이상 두려울 것 없는 호랑이는 온 종일 숲 속으로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다른 짐승들 앞에서 우쭐대는 것이었다. 도사는 호랑이를 꾸짖었다.

“너는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을 생쥐였다. 그렇게 우쭐거리고 다닐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 호랑이는 분하고 창피한 마음으로 은혜도 잊어버리고 도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날 보고 생쥐였다고 말하는 놈은 누구든지 죽여버리겠다.” 그러자 도사는,

“배은망덕한 놈, 냉큼 다시 생쥐가 되거라.”하며 다시 생쥐로 만들어 버렸다. 생쥐는 이제 숲 속으로 달아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고 도사는 여전히 앉아 다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크다는 것과 작다는 것에 대하여….

‘신광불매만고휘유(神光不昧萬古徽猷. 본 마음은 어둡지 않음이 만고의 아름다운 이치)’라는 말씀에서 보듯, 자신이 주인임을 그리고 본래의 마음이 부처님의 그것과 차별이 없음을 강조하는 불교의 가르침은 정확하고 옳으신 말씀이다. 그리고 이런 말씀은 주변의 모든 중생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을 자칫 잊고 행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대의 존귀함을 잠시라도 잊으면 평등은 금방 깨진다. 시소(seesaw)를 타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 관복(官服) 앞섶의 길이와 연륜(年輪)

남쪽나라 월남(越南)에 전해오는 이야기 가운데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예전에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두 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훌륭히 성장해서 드디어 과거에 응시했다. 결과 한 사람만 급제(及第)에 성공했다. 먼저 성공한 사람은 누가 시키거나 부탁한 것도 아닌데 떨어진 친구를 위해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그런 보람도 없이 낙방한 친구는 실패를 반복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한 사람은 계속 시험 준비를, 또 한사람은 뒷바라지를 했다. 그 노력과 정성이 통했던지 10년 만에 성공하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순간의 기쁨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먼저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급제했을 때 보다 몇 배나 더 좋아했다. 두 사람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뒤, 먼저 성공한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정말 축하하네. 그런데 앞으로는 자네를 도울 일이 없을 것 같네.”

아닌게 아니라 과거에 합격을 했으니 최소한 물질적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게 될 것이기에 한 말이다. 그리고 이어, 마지막으로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는지를 물었다. 이에 급제한 친구가 말했다.

“내게 오늘과 같은 기쁨이 있음은 모두가 자네 덕분일세. 그런데 곧 나라님을 알현해야 할텐데 아직 관복이 없네. 자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자네가 마련해준 관복을 입고 나라님을 알현했으면 하네.”

그러자 돌보아 주던 친구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선뜻 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관복을 가장 잘 만든다는 집으로 갔다. 옷을 만드는 장인(匠人)이 치수를 다 재고 나서 물었다.

“대인께서는 급제(及第)하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뜻밖의 질문이었다. 합격의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분위기가 일순 돌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보다 10년이나 늦게 급제를 하였기 때문에 조금은 창피했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한 오늘의 주인공이 퉁명스레 말했다.

“당신은 옷을 만드는 사람이니 옷이나 잘 만들면 됐지, 그런 것은 알아서 뭘 하시려는가.”

그러자 장인으로부터 너무나 의외의 말을 듣게 되었다.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걸 알아야 관복을 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관직에 오른 지 20년이 지난 어른 같으면 뒤쪽 기장을 길게 해야하고, 10년 안팎이면 앞과 뒤를 똑같이 해야하며, 갓 급제하신 분 같으면 앞 기장을 길게 그리고 뒤는 짧게 해야 한답니다.”

예상 밖의 답변에 그 연유를 물었더니,

“20년이 지난 어른 같으면 자신이 남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심부름꾼임을 알기에 자세가 자연히 앞으로 숙여진답니다. 그러니 뒤쪽을 길게 그리고 앞은 짧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신출(新出)은 기고만장(氣高萬丈)하는 까닭에 자연히 자세가 뒤로 넘어가게 되지요. 따라서 옷도 거기에 맞춰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10년 안팎 된 사람의 옷에 대한 이야기는 더 들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금이 도포나 두루마기를 입는 시절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 빗자루와 쓰레받기

이 번에는 필자가 겪은 이야기 한 대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불법을 익히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일러주시는 의미를 조금씩 짐작하게 되자 스승님이 너무 위대해 보였다.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불교공부는 마음공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자 했으나 마음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물질적으로 이렇다할 능력을 구비하지 못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때때로 스승께서 머무시는 방 청소를 자청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질을 끝내고 쓰레기를 쓸어 담으려는데 스승님께서 말씀 하셨다.

"묻거니와 네 손에 들려있는 물건 가운데 앞으로 나가는 것은 어느 것이냐?”

“빗자루입니다.”

“그렇다면 정작 얻는 것은 어느 쪽이냐?”

"…”

그랬다. 이 생생한 가르침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법화경」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에 보면, 상불경보살님에 관한 말씀이 보인다. 과거 위음왕여래(威音王如來)께서 계실 때, 이 보살은 승속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 만날 때마다 절을 하면서,

“내가 당신을 공경하고 감히 가벼이 여기지 않나니, 당신들은 마땅히 보살도를 수행하여 반드시 성불케 되리라.”하였다.

혹자는 이 말을 듣고 욕하고 꾸짖으며 해치려 하였으나 여기에 굴하지 않고 늘 이와 같은 말과 행동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생각건대 어찌 사람뿐이랴?! 「범망경」에서는 육도(六道)의 중생이 모두 다생부모(多生父母)라 했으니…

‘무릇 자기 자신을 낮추는 사람에게는 만 가지 복이 저절로 돌아오느니라(凡有下心者 萬福自歸依)’ 「자경문(自警文)」의 한 대목을 힘주어 일러 주시던 스승님의 음성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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