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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반야심경』의 탄일과 파워(power)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10-29 10:29:34    972    0
『반야심경』의 탄일과 파워(power)

 

내용

【요점】

『반야심경』은 반야부 경전의 정화요 대승경전의 안목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경전이다. 교리발달사적인 면에서 보면, 대승불교는 반야부 경전의 출현과 함께 장족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반야부 경전이 제창한 ‘공사상’은 대승불교에 있어서 기본적 교학이라는 점이며, 그 이후 등장하는 모든 대승경전은 그 교리 전개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갖게 되었다.

또 불교 사상사적인 면에서 보면, 이 경문에는 서력기원 전후로부터 천여 년이란 장구한 세월에 걸쳐 600부로 집대성된 방대한 반야계 경전의 내용과 사상이 빠짐없이 요약되어 있고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만큼 압축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이야말로 『반야심경』을 반야부 경전의 정화요 대승경전의 안목으로 일컫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경을 대해 보면 제목을 포함한 전문이 268자밖에 안됨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전개에 있어서 처음과 끝이 하나로 통해 있으며 모든 진리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용】

<1> 현장법사의 구법을 위한 위대한 여행

한편 『반야심경』은 대승불교권에서 행하여지는 크고 작은 법회나 의식에서 빠짐없이 독송되고 있으며, 일반인들까지도 불경(佛經)하면 『반야심경』을, 『반야심경』하면 불교를 연상할 만큼 널리 알려져 있어 친근감이 가는 경전이다. 이런 『반야심경』이 동토(東土)에 전해진 유래로 다음과 같은 말씀이 전해오고 있다.

삼장법사 현장(玄奘)스님이 당(唐)의 제2주 태종(太宗)에게 인도에 유학하기를 청했다. 그러나 태종은 스님의 인재 됨을 아껴 당시로서는 교통·통신·질병 등 무엇하나 위험하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장법사는 뜻을 굽히지 않고 정관(貞觀) 3년(629) 가만히 유학의 길에 올랐다. 산천이 워낙 험하여 발을 옮기는 것조차 곤란했다. 계빈국(罽賓國. 펀잡 북쪽, 카불 동쪽에 있던 고대 국가)에 이르니 도로는 더욱 험난하였고 구름과 안개가 항상 자욱하여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까지 출몰하여 더 이상 나갈 수가 없었으니, 진퇴유곡(進退維谷)이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2> 노스님을 간호하고 『반야심경』을 전수받다

여러 날 제대로 쉬질 못해 잠시 머물 곳을 찾았으나 근처에는 인가조차 없었다. 다행히 폐사(廢寺)가 있어 그곳에서 묶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에 노스님 한 분이 먼저 자리잡고 있었다. 온 몸이 만신창이인데 옷은 온통 피고름으로 범벅이고 냄새는 참기 어려웠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기품이 느껴지는 그런 스님이었다. 현장스님은 연민의 정을 금치 못하여 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지니고 있던 비상식량과 약으로 돌보는 한편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입히며 간병에 정성을 다했다.

노스님도 현장스님의 정성어린 간병에 감동하였던지 동토에는 아직 전해지지 않은 『반야심경』을 매일 조금씩 전해 주었다. 그리고 장차 어려움이 있을 때면 『반야심경』을 삼칠편(三七遍)씩 지송할 것을 당부하였다. 현장스님은 이 말을 명심하며 열심히 외웠다.

며칠 지나자 노스님의 상처는 눈에 띠게 좋아졌다. 현장스님은 작별을 고하고 그간 밀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려운 일도 끊이질 않았다. 그때마다 노스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반야심경』을 정성껏 지송했다. 그리고 나면 막힌 도로가 거짓말처럼 열리고 사나운 짐승들은 자취를 감추었으며, 물과 식량이 없는 곳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천신만고 끝에 불국인 서천서역국에 무사히 당도했다.

<3> 『반야심경』의 탄일은 9월 24일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생겼다. 당시 인도불교의 중심지였고 오늘날 대학에 해당하는 나란타사(那蘭陀寺)에 도착했더니 폐사에서 만났던 그 노스님이 먼저 와 있었던 것이다. 노스님은 현장스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곧 헤어지는데 돌아서서 가는 모습이 다름 아닌 관세음보살이셨다.

내용이 다소 설화적이기는 하지만 『반야심경』의 주인공이 관세음보살이심과 구법일념으로 위법망구(爲法忘軀) 하신 현장스님을 생각할 때 종교적인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겠다.

현장스님은 그로부터 장장 17년 동안의 유학을 마친 후, 『반야심경』을 위시한 650여부의 경전을 모시고 정관 19년(645)에 장안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 동(同) 22년 9월 24일 종남산 취미궁(翠微宮)에서 『반야심경』을 한어(漢語)로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동토에서의 『반야심경』 탄일인 셈이다. 그리고 17년간의 각고가 빛을 발하는 서곡이기도 했다.

후일, 현장스님의 행적을 사모하여 구법여행을 감행한 의정(義淨 635~713) 삼장은 어렵고 험난했던 당시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남겼다.

晉宋齊梁唐代間 진송제양 그로부터 당나라에 이르도록
진송제양당대간
高僧求法離長安 구법일념 많은스님 장안땅을 떠나셨네.
고승구법이장안
去人成百歸無十 가신분이 백이라면 오신분은 열도안되
거인성백귀무십
後者安知前者難 뒷사람이 어찌알까 먼저분의 그고초를.
후자안지전자난


<4> 『반야심경』의 파워(power)

위 일화에서 그리고, 『반야심경』을 정성껏 지송하며 인도유학을 원만히 마친 현장스님이 증인이심에서 『반야심경』의 가피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 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내용이 다소 피상적이라고 생각된다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도 좋다.

17년간에 걸친 현장스님이 구법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이듬해에 태종의 명으로 저술한 것이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다. 투르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 등 소개된 나라 수는 현장이 직접 가본 곳과 간접적으로 들은 곳을 합해 138개국이나 되며 각 나라의 풍토·산물·정치·풍속·전설 등이 전해지고, 사찰과 승려의 수, 불탑·성적(聖蹟)의 유래 등이 서술되어 있다. 고난의 여정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중국 사대기서(四大奇書) 가운데 하나인 『서유기(西遊記)』다. 『서유기』에는 현장스님의 종자(從者)로 손오공(孫悟空)·저팔계(豬八戒)·사오정(沙悟淨) 등이 등장하는데 모두 기상천외한 도술과 둔갑술 등 갖가지 비술로 수 없는 난관과 고난을 극복하고 현장법사를 도와 마침내 목적을 달성한다. 다시 말해, 기상천외한 그런 도술과 둔갑술이 아니면 도저히 다녀 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17년에 걸친 현장스님의 성공적 구법여행을 두고 혹자는 『반야심경』의 위신력이라 하고, 『서유기』에서는 손오공과 같은 조력자의 공(功)이라 했다. 그래서 『반야심경』의 파워를 산출하는 공식을 만들 수 있었으니 ‘『반야심경』의 파워=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그것이다.

<5> 내 마음의 삼장법사를 일깨워 구법여행을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 궁궐이나 대문의 지붕 위에는 올망졸망 정감 가는 인형들이 올려져있다. 잡상(雜像) 또는 상와(像瓦)라 부른다는데, 『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와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그리고 불교설화와 관계된 동물이나 보살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들의 힘이 막강한 것은 이미 『서유기』를 통해 드러난 바이니, 궁(宮)으로 들어오는 모든 삿된 기운을 물리치라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말나온 김에 나머지 주인공의 이름을 알아보니, 차례로 사화상(獅畵像. 沙畵像), 이귀박(二鬼朴), 이구룡(二口龍), 마화상(馬畵像), 삼살보살(三殺菩薩), 천산갑(穿山甲), 나토두(羅土頭) 등이란다.

그런데 이들이 어찌 『서유기』에만 나오는 주인공이리요?! 이 모두가 우리의 마음이 그려낸 것이니, 내 마음 가운데 날뛰는 원숭이에게도 손오공의 머리에 씌었던 마법의 테 ‘긴고아(緊箍兒)’를 씌우고, 현장스님 같은 내 마음의 삼장법사를 일깨워 구법여행을 떠나야겠다.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 들린 지 이미 오래고, 가을은 속절없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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