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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어다겁도반 (多劫道伴)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10-02 13:34:03    745    0
다겁도반 (多劫道伴)

 

내용

【내용】

‘다겁도반’이라 함은 승려의 배우자를 지칭하기 위한 신조어이다. 이 이야기의 발단은 승려의 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종단에서 스님과 그의 배우자가 타계했을 때, 배우자의 위치는 어디인가 하는 데서 촉발되었다. 스님 생존 시 배우자인 부인에 대한 호칭은 ‘보살님’ 혹은 ‘사모님’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스님과 그 보살님이 모두 타계했을 경우 두 분을 한 위패에 함께 모셔도 되는지 또, 위패의 ‘상문자(上文字)’ (1)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

일반인의 경우 부부가 모두 타계하면 양주(兩主)를 한 위패에 모시는 것을 상례로 하고 있다. 스님의 경우도 부부의 연을 맺은 이상 두 분을 한 위패에 모시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스님의 경우 그의 직위나 상좌(上座)와의 관계에 맞게 상문자를 쓰면 되는데 배우자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잠시 승려 결혼의 타당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한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계를 받아야 한다. 남방불교에서는 계율의 첫 번째 덕목이 ‘불음행(不淫行)’이다. 북방불교에서는 세 번째 덕목이 ‘불사음(不邪淫)’이다. 음행이 생사의 근본이며 청정의 종자를 끊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에 음행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의 수행목적은 수행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불에 있다. 계율의 역할 역시 바람직한 수행여건을 조성하는데 있는 것이지 지계(持戒) 자체가 수행의 목적은 아니다. 한편, 세월이 흐르다보면 수행의 여건도 시속(時俗)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2)이기에 계율도 재해석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비속(卑俗)스런 세류와 야합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부처님 뜻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열쇠를 『화엄경』 권35에 ‘불사음’에 대해 ‘보살은 자신의 배우자에 만족할 것이요, 또 다른 배우자를 구하지 마라(菩薩於自妻知足 不求他妻)’ (3)고 하신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한국불교는 삼승(三乘) 가운데 보살승인 바 『화엄경』의 말씀에 따르면 될 일이다.

다시 말해 출가자의 결혼은 굳이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 전생의 인연이 지중하여 뿌리칠 수 없는 경우이거나, 본인이 원한다면 『화엄경』의 말씀에 따름을 전제로 허용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독신을 표방하는 종단에까지 적용할 일은 아니니, 음행이 윤회의 근본임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주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상기해야할 것이 있다. 석존께서 과거 인행시의 고사 가운데 ‘칠경화(七經華)’ (4)에 관한 것과 장노화상(長老和尙)의 동종선근설(同種善根說)(5)이 그것이다. 전자는 석존의 전신이신 ‘선혜보살(善慧菩薩)’이 당시 출현하신 ‘연등불(燃燈佛)’께 화공양을 올리기 위해 ‘구리선녀’와 세세생생 부부의 인연을 맺기를 약속한 일이고, 후자는 부부지간의 인연이 8천겁의 선연으로 맺어진다.고 증언하신 것이다.

‘성불하기까지의 세세생생’과 ‘8천겁의 선연’ 등은 모두 끊임없는 긴 세월을 말하는 것이며 동시에 최상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것이니 이를 정리하면 ‘다겁도반(多劫道伴)’이 되는 것이다.

정리컨대 스님과 그 배우자가 모두 타계하신 경우, 마땅히 한 위패에 양주를 모셔야 한다. 그리고 이때 위패에 모시는 상문자는 스님의 직위 혹은 상좌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적시하면 된다. 이에 비해 스님의 배우자인 보살은 앞서 장황히 언급한바와 같은 이유로 ‘다겁도반’이라 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주(註)-

1)
新般涅槃          [當山○○世] ◎◎堂 □□大和尙          覺靈 ※ [ ] 안의 내용은 선맥(禪脈)․강맥 혹은 주지를역임한 경우. 
신반열반          [당산○○세] ◎◎당 □□대화상          각령
상문자(上文字)  중문자(中文字)                           하문자(下文字)

2) 성인종시속(聖人從時俗), 이는 주역(周易)의 괘상(卦象)으로는 곤위지(坤位地)로 “유순한 대지의 덕을 본받아 하늘을 받들어 세상을 포용하라”는 뜻으로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아무리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깨닫고 독불장군임을 자처하지 말고 처신하라는 교훈.

3) 『大正藏』 卷10 p.185a

4) 『佛本行集經』 卷3 受記品(대정장, 권3 p.666c) “꽃을 팔기는 하되 세세생생 부부가 되어줄 것을 약속하셔야 합니다. 나는 도를 닦는 사람이라 부부의 인연을 다시는 맺을 수가 없소. 정히 그러하다면 꽃을 팔 수 없습니다. 행자는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말했다. 그대의 원이 그러하다면 나도 원이 한 가지 있소. 부부가 된 후 내가 출가하고자 할 때, 막지 않으리라는 다짐이 있다면 나도 약속하리다.”

5) 정행편 『승가일용식시묵언작법』 81장(한의총, 3-564하) “一千劫同種善根者一國同生 二千劫一日同行 三千劫一夜同宿 四千劫一鄕同族 五千劫一里同生 六千劫一夜同枕 七千劫一家同生 八千劫爲夫婦 九千劫爲兄弟 十千劫爲父母師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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