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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 사랑할 원수조차 없다. - 인욕선인의 도할양무심(塗割兩無心) -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05-16 20:38:57    1,959    0
* 사랑할 원수조차 없다. - 인욕선인의 도할양무심(塗割兩無心) -

 

내용

【요점】

‘원수를 사랑하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누구라도 이의 없이 공감하는 거룩한 말씀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말씀과 견준다면 어떨까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자비로운 마음에는 사랑할 원수조차 없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돕듯 하라!’

앞의 말씀을 패러디(parody)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불가에서 말씀하는 ‘자비무적(慈悲無敵)’과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풀어본 것이다. 결론은 뒤로 미루기로 하고 「현우경(賢愚經)」 찬제파리품(羼提波梨品)의 말씀을 들어보자.

【내용】

<1> 지혜의 칼(智慧劍)! 진리의 물(法水)!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처음으로 도(道)를 얻으시어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비구를 제도하시고 다음에는 가섭(迦葉) 삼 형제를 위시한 천 명의 범지(梵志)를 제도하셨다. 이처럼 제도하시는 범위는 점점 넓어져 그 은혜를 입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 왕사성 사람들은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한 일로서 중생들은 모두 고통에서 벗어난다.」

또 교진여와 가섭을 중심으로 한 대중들을 칭송하여,

「저 대덕 비구들은 전생에 여래와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진리의 북[法鼓]’이 처음 울리자 누구보다도 먼저 듣게 되었으며 단 이슬 같은 진리의 맛을 먼저 보았는가.」고 하였다.

그때 비구들은 여러 사람들의 이런 칭송을 듣고, 곧 부처님께 나아가 그 사실을 자세히 사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에 저 대중들과 함께 큰 서원을 세웠다. 내가 도를 이루면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하였느니라.」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오랜 과거에 함께 서원을 세우신 그 정황이 어떠하였나이까.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사 해설해 주심을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오랜 과거 한량없고 가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阿僧祇)겁 전에 이 염부제(閻浮提)에 큰 나라가 있어 이름을 바라나(波羅奈)라 하였고, 당시에 국왕은 이름을 가리(迦梨)라 하였다. 그 때에 그 나라에 큰 선인이 있어 이름을 찬제파리(羼提波梨)라 하였는데, 그는 오백 제자들과 함께 숲 속에 살면서 인욕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왕은 신하들과 부인과 궁녀들을 데리고 그 숲에 들어가 놀았다. 그러다 왕은 피로해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 사이, 궁녀들은 왕의 곁을 떠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꽃이 가득한 숲을 즐겼다. 그러다가 찬제파리 선인이 단정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저절로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온갖 꽃을 따다 그 위에 뿌리고 이내 그 앞에 앉아 그의 설법을 듣게 되었다. 왕이 잠에서 깨어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궁녀들이 보이지 않았다. 네 명의 신하와 함께 찾아보았다. 그러다 그녀들이 선인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선인에게 물었다. “너는 네 가지 공의 선정(四空定)⑴을 얻었는가.” 선인이 대답하였다. “얻지 못하였습니다.” “네 가지 무량심(四無量心)⑵을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네 가지 선정(四禪定)⑶은 얻었는가.” “얻지 못하였습니다.” 왕은 화를 내어 말하였다. “너는 그런 공덕을 모두 얻지 못하였으니 한낱 범부일 뿐이다. 그러면서 혼자 여인들과 은밀한 곳에 있으니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왕은 다시 물었다. “너는 항상 여기 있으니 어떤 사람인가. 또 무엇을 수행하는가.” 선인은 대답했다. “수행자로서 인욕을 닦고 있습니다.” 왕은 곧 칼을 빼어들더니 말하였다. “욕됨을 참는다 했으니, 너를 시험해 능히 참는가를 알아보아야겠다.”하고, 곧 그의 두 팔과 두 다리를 차례로 자르고, 이어 귀와 코까지 베며 물었다. “이래도 욕됨을 참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얼굴빛도 변하지 않았다. 그 때 천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선인의 오백 제자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스승에게 물었다. “그런 고통을 당하고도 인욕하는 마음을 잃지 않습니까.” 스승은 대답하였다. “내 마음은 변함이 없느니라.” 왕은 깜짝 놀라면서 다시 물었다. “너는 욕을 참는다고 말하지마는 무엇으로 증명하겠는가.” 선인은 대답하였다. “만일 내가 욕을 참음이 진실이요 거짓이 아니라면, 피는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피는 곧 젖이 되고 몸은 전처럼 회복되었다. 왕은 그 인욕의 증명을 보고 매우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아, 내 잘못으로 위대한 선인을 비방하고 욕보였습니다. 원컨대 가엾이 여겨 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선인은 말하였다. “왕은 여자로 말미암아 진심(嗔心)의 칼로 내 몸을 해쳤지마는 내 참음은 땅과 같습니다. 나는 뒤에 부처가 되면 먼저 지혜의 칼로 당신의 세 가지 독을 끊을 것입니다.” 그 때에 산중에 있던 여러 용과 신들은 가리왕이 인욕선인을 해친 것을 보고 모두 걱정하여 큰 구름과 안개를 일으키고 뇌성벽력을 치면서 왕과 그 권속들을 해치려 하였다. 그러자 선인은 하늘을 우러러 말하였다. “만일 나를 위하여 그런다면 저 왕을 해치지 말라.” 가리왕은 참회하였고, 그런 뒤에는 늘 선인을 궁중으로 청하여 공양하였다. 그때 수천 명의 범지들은 왕이 찬제파리를 공경히 대우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시기하여 그가 앉을 곳에 티끌과 흙과 더러운 물건들을 뿌렸다. 선인은 그런 모습을 보고 곧 서원을 세웠다. “나는 지금의 이 인욕을 계속하여 중생들을 위해 쉬지 않고 수행하면 장차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다. 불도를 성취하면 먼저 진리의 물[法水]로써 너희들의 티끌과 때를 씻어내고 탐욕의 더러움을 없애어 영원히 청정하게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찬제파리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가. 그가 바로 나요, 가리왕과 네 명의 신하는 지금의 교진여 등 다섯 비구며 내게 티끌을 끼얹던 천명의 범지는 울비라(鬱卑羅=優樓頻羅迦葉) 등 천명의 비구이니라. 나는 그때 인욕행을 하면서 저들을

먼저 제도하리라고 서원을 세웠다. 그러므로 내가 도를 이루자 그들이 먼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니라.」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일찍이 없는 일이라 하고 찬탄하면서, 기뻐하고 받들어 행하였다.

다른 곳에서는 제석천왕(帝釋天王)이 약을 발라 인욕선인의 몸을 고쳐 드렸다고도 하였다. 김해안 이영무 공저『佛敎思想大全』(불교사상사, 1974) 10卷 p.269

<2> 한 몸에는 용서 대신 치료가 있을 뿐이다.

말을 조금 바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오른손으로 과일을 깎다가 왼손을 베었다. 왼손은 화를 내더니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칼을 빼앗아 방금 전의 것보다 더 큰 상처를 오른손에 안겼다. 복수를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손이 참지 못하고 왼손에게 또 보복을 가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또, 이렇게도 생각해보자. 오른손에 무거운 물건이 들려있었다. 딱해 보였던지 왼손이 도와주었다. 그러자 오른손이 인사를 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글쎄 동화라면 모를까 위에서와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 몸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동체자비(同體慈悲. 일체중생의 몸과 자신을 하나의 몸으로 보고 고통을 없애고 즐거움을 주는 마음)는 다름 아닌 바로 이런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왼손과 오른손이 각기 다른 쪽에 자리하고 있어 남남인 것 같아도 한 몸인 것처럼 개개인의 관계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욕선인은 가리왕을 용서가 아닌 치료를 했던 것이며, 약을 발라 옛 모습대로 온전히 되돌려준 제석천왕에게도 다른 한 손을 대하는 것처럼 딱히 고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가(禪家)에서는 이를 ‘도할양무심(塗割兩無心. 칼로 베며 위해를 가하거나 약을 발라 치료해 주는 것에 다 무심함)’이라 한다. 즉, 인욕선인은 이런 이치를 터득했기에 사지가 잘릴 때나 치료를 해주었을 때나 두 가지 극한 상황 모두에 무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비무적(慈悲無敵. 자비로운 마음에는 처음부터 적이 없다)’이나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돕듯 베푸는 보시)’와 같은 말씀은 이래서 거룩하다. 상대적 차원을 넘어 절대적 경지에서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3> 초전법륜시(初轉法輪時) 5비구와 1000명의 제자

인욕선인은 생을 거듭하며 도를 성취하여 석가족의 성자가 되었다. 그리고 처음 제자가 교진여 등 다섯 비구였으니 바로 과거 인행시 가리왕과 그의 신하 네 사람이었다. 그뿐이랴 가섭 삼형제를 위시한 1000명의 제자는 다름 아닌 티끌과 흙과 먼지를 끼얹던 범지들이었다.

약(藥)은 성한 곳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 상처 난 곳에 바르는 것이다. 가리왕과 천명의 범지라는 상처가 크고 깊었기에 치료에 있어서도 우선순위에 두셨던 것이다. 「금강경」 대승정종분 제삼(大乘正宗分 第三)에서도 ‘보살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니라(若菩薩 有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 卽非菩薩)’고 하셨다.

이제 서두에서 미루었던 결론을 「대광대장엄경(大廣大莊嚴經)」 가운데 보이는 한 수의 게송으로 대신해도 좋을 것 같다.

尊憶往昔作仙人 서가세존 선인시절 조심스레 살펴보니
존억왕석작선인

歌利王瞋斷支節 노기에찬 가리왕이 팔다리를 잘랐건만
가리왕진단지절

起大慈心無惱恨 대자비심 일으키사 원망조차 않으심에
기대자심무뇌한

所傷之處皆流乳 상처난곳 젖이흘러 본래모습 찾으셨네.
소상지처개유유

면도를 하며 거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두 손을 보았다. 거기에는 ‘화합’이나 ‘소통’이라는 표현조차 필요 없는 아름다운 하모니(harmony)만이 있었다.



-주(註)-
⑴四空定(사공정 [S]Catasra-ārūpya-samāpattaya. [P]Catasso-āruppa-samāpattiya. 사무색정(四無色定). ⑴공무변처정(空無邊處定). 먼저 색(色)의 속박을 싫어하여 벗어나려고, 색의 상(想)을 버리고, 무한한 허공관을 하는 선정. ⑵식무변처정(識無邊處定). 다시 더 나아가 내식(內識)이 광대무변하다고 관하는 선정. ⑶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식(識)인 상(想)을 버리고, 심무소유(心無所有)라고 관하는 선정. ⑷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 앞의 식무변처정은 무한한 식의 존재를 관상하므로 유상(有想)이고, 무소유처정은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관상하므로 비상(非想)인데, 이것은 유상을 버리고, 비상을 버리는 선정이므로 비상비비상정이라 한다. 사공처에 태어나기 위해 닦는 선정.

⑵四無量(사무량) ; 사무량심(四無量心). [S]catvāry apramāṇāni. [P]cattasso appamññāyo. 자․비․희․사(慈悲喜捨)의 마음을 무량으로 일으켜 무량의 중생들을 깨우침으로 이끄는 것. 전통적인 해석에 의하면, ⑴자무량(慈無量). 자애를 베푸는 것이 한이 없는 것. ⑵비무량(悲無量). 중생의 고통을 제거하는 것이 한이 없는 것. ⑶희무량(喜無量). 중생에게 즐거움이 있는 것을 시샘하지 않는 것이 한이 없는 것. ⑷사무량(捨無量). 원한 등으로 인한 차별의 상을 버리고 평등하게 이롭게 하는 것이 한이 없는 것. 간단히 말하면, 자애·동정·기쁨·평등심의 네 가지.

⑶四禪事(사선사) ; 사선정(四禪定). 사선(四禪). 색계(色界)에 있어서 네 가지의 단계적 경지. ⑴초선(初禪)은 각(覺)·관(觀)·희(喜)·락(樂)·일심(一心)의 다섯 가지로 이루어짐. ⑵제2선은, 내정(內淨)·희(喜)·락(樂)·일심(一心) 네 가지로 이루어짐. ⑶제3선은 사(捨)·염(念)·혜(慧)·락(樂)·일심(一心)의 다섯 가지로 이루어짐. ⑷제4선은 불고불락(不苦不樂)·사(捨)·염(念)·일심(一心)의 네 가지로 이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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