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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성도재일(成道齋日) -우주를 밝힌 샛별과 토네이도를 일으킨 나비-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01-05 20:56:46    907    0
성도재일(成道齋日) -우주를 밝힌 샛별과 토네이도를 일으킨 나비-

 

내용

【요점】

1. 지혜와 용기 있는 자에게만 가능한 일, 지과필개(知過必改)!

2. 2600년 전 납월 초여드레 삼천대천세계를 밝힌 샛별!

3.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법신게(法身偈)>의 리메이크

4. 지혜·인격제일(智慧·人格第一) 사리불존자

【내용】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라 함은 매우 드물어 좀처럼 듣지 못하는 사건을 말한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게 마련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다보면 제아무리 밝은 빛이라도 점차 희미해지고 마침내는 사라진다. 그게 이치다. 6.25는 우리 민족이 겪은 가장 크고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포성이 멎은 지 이제 반세기 갓 넘었는데 세대가 바뀌면서 젊은이들은 옛날이야기 하듯 하고, 기성세대들은 이런 젊은이들을 철없다고 걱정한다. 어디 그뿐이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학창시절 시험을 보느라 밤을 새우며 외웠던 그 많은 내용들도 오늘에 와서는 물 위에 쓴 글씨처럼 흔적도 없다.

그런데 쉽게 잊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석존께서 성도하심이 대표적인 예다. 불기(佛紀)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해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한편, 석존께서 성도하심은 석존 35세 때의 일이다. 따라서 성도하신 연도는 불기에 45년을 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자들은 엊그제 내 나라에서 일어난 일처럼 아니, 자신의 일보다도 더 상세히 기억하고 있으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 지혜와 용기 있는 자만에게만 가능한 일, 지과필개(知過必改)!

설산의 고행림(苦行林)에서 행한 태자 싯다르타(悉達多 Siddhārtha)의 고행은 파키스탄의 ‘리호르 박물관’에 모셔진 고행상(苦行相)에서 보듯 목숨을 담보로 한 사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애초 방향을 잘못 선택하신 탓에 애쓰시는 만큼 오히려 깨달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계셨다.

누구에게나 이와 유사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지혜와 용기다. 그간에 드린 공이 얼마가 됐든 잘못이라고 판단되면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그간에 들인 밑천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거나 멈칫거리면 안 된다. 6년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일이 있기까지 지내온 세월이 진묵겁(塵墨劫)인가?! 반석겁(磐石劫)인가?! 태자께서는 고행림에서 나오셨다. 그리고 니련선하(尼連禪河)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셨다. 몸을 청정하게 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잘못된 궤도를 수정하시려는 것이었다.

淨三業者(정삼업자) 삼업을 청정히 하는 것으로는

無越乎澄心(무월호징심) 깨끗한 마음을 넘는 것이 없고,

潔萬物者(결만물자) 만물을 청결히 하는 것으로는

莫過乎淸水(막과호청수) 맑은 물을 지나칠 것이 없다.


「관욕(灌浴)」 ‘가지조욕편(加持澡浴篇)’에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태자의 이런 모습을 본 교진여(憍陳如) 등 다섯 비구는 태자의 곁을 떠났다. 당시 수행자들에게 목욕은 업으로 받은 육신을 위하는 일로서 금기시 했던 것이었기에 태자가 타락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한편 목욕을 마친 태자께서는 정거천(淨居天)의 도움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어렵게 강 언덕으로 올라오셨다. 그리고 기진맥진하여 쓰러지셨다. 근처에 난타파라(難陀波羅)라는 소치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정거천의 권유로 태자께 유미죽(乳糜粥)을 올렸다. 공양을 드시자 곧 기력을 회복하셨다. 이어 방향을 재설정하신 태자의 마음은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충만하셨으니,⑴ 진정한 지혜와 용기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2> 2600년 전 납월(臘月) 초여드레 우주를 밝힌 샛별!

기력을 찾으신 태자께서는 잘 생긴 보리수를 발견하시고 그 주위를 세 바퀴 도셨다. 이어 목동으로부터 시주 받은 길상초(吉祥草)를 그 나무 아래 넉넉히 깔고 동쪽을 향해 가부좌를 트셨다. 정각을 이루지 못하면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목숨을 건 용맹정진을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이로부터 49일이 되는 날 새벽, 샛별을 바라보시는 순간 드디어 전대미문의 우주적 대사건인 정각을 성취하시게 된다.⑵ 지금부터 2600여 년 전 납월 초여드레였다.

世尊當入雪山中(세존당입설산중) 세존께서 궁성떠나 설산중에 들어가사

一坐不知經六年(일좌부지경육년) 꿈이런가 육년세월 한순간에 흘러갔네.

因見明星云悟道(인견명성운오도) 납월파일 샛별보사 큰깨달음 얻으시니

言詮消息遍三千(언전소식변삼천) 기쁜소식 삼천대천 온누리에 가득하네.


석존께서는 과연 무엇을 깨달으신 것일까? 사리불 존자가 석존의 제자가 된 인연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석존의 십대제자 가운데 지혜제일인 사리불 존자는 바라문족 출신으로 육사외도 가운데 회의론자(懷疑論者)인 산자야(Sanjaya)를 스승으로 섬기며 수행하던 분이었다. 어느 날 왕사성(王舍城 Rājagṛha) 마을에서 다섯 비구 가운데 한 분인 아설시(阿說示) 존자를 만났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사문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존자로부터 부처님의 법을 전해들은 사리불 존자는 혜안이 열렸다. 이를 인연으로 목건련 존자와 함께 제자 백 명씩을 데리고 죽림정사(竹林精舍)로 가 석존께 귀의하고 제자가 되었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산자야는 피를 토했다고 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과연 지혜가 제일이신 사리불 존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말씀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 다름 아닌 <법신게(法身偈)>였으니 다음 게송이다.

諸法從緣生(제법종연생) 이세상의 모든것은 인연따라 생겨나고

諸法從緣滅(제법종연멸) 이세상의 모든것은 인연따라 없어지네.

我佛大沙門(아불대사문) 서가세존 위대하신 우리들의 스승께선

常作如是說(상작여시설) 그언제나 이문제를 중심으로 말씀하네.⑶


한마디로 연기법(緣起法)이다. 석존께서 깨치셨다는 것도 그리고 일러주셨다는 법도 이것이다.


<3>. ‘나비효과’는 <법신게(法身偈)>의 리메이크

갑작스런 이야기 같지만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원리로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변화무쌍한 날씨의 예측이 힘든 이유를,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훗날, 무질서하게 보이는 혼돈 상태에도 논리적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카오스 이론(Chaos Theory)⑷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처음에 이 현상을 설명할 때는 나비가 아닌 갈매기를 사용했었지만, 시적(詩的)으로 표현하기 위해 나비로 바꾸었다 한다. 그런데 시적이어서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무엇으로 대신해도 같은 의미가 된다. 이 가상의 현상은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초기조건에의 민감한 의존성’, 곧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디지털과 매스컴 혁명으로 정보의 흐름이 매우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의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되는 요즈음, ‘나비효과’는 더 이상 생소한 이론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의도는, 석존의 제자 가운데 지혜제일(智慧第一)이란 칭송을 듣는 사리불 존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다름 아닌 ‘나비효과’ 이었음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다시 말해 자의든 아니든 ‘나비효과’는 <법신게>를 리메이크(remake)한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영리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린다 했듯 지혜가 출중했던 사리불 존자는 아설시 존자의 말씀 한 마디에 필(feel)이 꽂혔던 것이다.

섣달 초여드레 아침, 외적으로야 나비의 날개 짓보다도 오히려 작았을지 모르는 깨침의 파문이 당시는 물론, 260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고 다시 끝 간 데 없이 삼천대천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 가지 빠트린 말씀이 있다. 사리불 존자는 자신을 석존께 인도해 준 아설시 존자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았고 그래서 스승으로 모시면서 평생 그 분이 계신 쪽으로는 다리를 펴지 않았다고 한다. ‘법신게(法身偈)!’ 정말 대단한 말씀이긴 한 것 같다. 내게도 필이 꽂혀 다리를 함부로 펼 수 없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사리불 존자는 지혜뿐 아니라 인격적인 면에서도 제일이시다. 성불에 앞서 먼저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성도재일을 맞이하는 나의 작은 깨달음이다.

-주(註)-

(1)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 (『大正藏 』 권3, p.639b)

(2) 『부파불교와 설일체유부』 p.1 “석가(釋迦)는 29세에 출가를 결심한 후 그의 35세가 되던 해에 붓다가야라는 정적한 곳에 위치한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에 잠긴 지 49일 만에 연기(緣起)를 도리를 깨닫고 부처가 되었다.”

(3) 『大智度論』 (『大正藏』 권25, p.192b) “諸法從緣生 是法緣及盡 我師大聖王 是義如是說”

(4) 카오스 이론(Chaos Theory) ; 무질서하게 보이는 혼돈 상태에도 논리적 법칙이 존재한다는 이론. 이 이론의 연구 목적은 무질서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현상 속에 숨어 있는 정연한 질서를 밝혀내어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이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경제, 기상, 물리, 전기, 천문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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