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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칠월칠석(七月七夕)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7-07-11 20:45:32    893    0
칠월칠석(七月七夕)

 

내용

[요점]

1. 조명과 공해로 밤하늘에 별이 사라지며 인간상실의 위기를 맞고 있다.
2. 명다리(命橋)와 명실(命絲)은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마음이다.
3. 칠성각은 상실된 인간성을 되찾게 하는 교육의 장이다.
4. 칠석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자 어린이 날이다.
5. 칠성신앙은 화엄신앙의 극치다.

 

[내용]

6~70년대의 한여름 밤! 마당 한쪽에 모깃불을 놓는 것은 일상이었다. 마당 가운데 멍석을 깔고 누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만의 정취였고, 지금도 그들만이 간직한 아름다운 추억이다. 흐르는 물 같기도 하고, 유리알을 뿌려놓은 것도 같은 은하수! 등대처럼 빛을 내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안간힘을 쓰는 크고 작은 별들의 향연…! 그런데 산업화 시대로 치달으며 인위적 조명과 공해로 어느 샌가 이런 모습들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어쩌면 핵가족의 만연으로 옛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따스한 무릎과 사랑채에서 들려오던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를 상실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밤하늘에 대한 이런 안타까움이 칠석을 맞이할 때는 배가된다. 어렸을 적 욕심껏 먹은 수박 탓에 선잠을 깬 내 눈에, 정화수(井華水)를 떠놓고 무언가 정성스럽게 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깊이 각인된 때문이리라. 또, 칠석이면 정성껏 공양물을 준비해 칠성님께 치성을 올리시던 할머님의 모습이 그리운 때문인 것 같다.

요즈음 그간 해오던 연구를 넘겨줘야 할 나이에 접어들며 칠석에 대한 내 마음은 치성을 드리시던 어머니나 할머님처럼 절실하고 안타깝다. 넘겨줄 후배를 찾지 못해서인지 수많은 별을 거느리고 관장하는 듯이 보이던 예전의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부럽게 느껴져서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 것이 어머니나 할머님께서 치성을 드리시던 마음이다.
밤하늘의 북두칠성님처럼 많은 자손을 점지하시고, 그 아이들이 모두 당신의 자손처럼 반짝거리는 눈으로 오래오래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소서.

희한한일은 별이 보이지 않는 때문인지 예전 같으면 한집에 10남매가 보통이던 것이 이즈음에는 아들 딸 구별 없이 하나인 집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없는 집도 많다는 사실이다.

<1> 명다리(命橋)와 명실(命絲) 규모를 갖춘 사찰에는 많은 전각(殿閣)이 있다. 칠성각은 그 가운데 비교적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위치와 달리 왠지 미신스럽게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자리하신 탁자 위에 필(匹)로 놓여 있는 포목(布木)과 실타래가 그런 느낌을 부추긴다. 부처님께 옷을 지어 입으시라고 갖다놓은 것일까? 그렇다면 정성이 부족하다. 마땅히 옷을 지어서 올려야했겠기에 하는 말이다. 설혹 양보하더라도 옷을 지을 재료로는 부족한 것이 많다. 신통력이 자재하신 분이시니 문제야 없겠으나 제대로 갖추자면 바늘이며 자(尺), 그리고 가위 정도는 구비됐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예전 의식주(衣食住)를 자급자족하던 시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 시절 옷을 짓는 것은 전적으로 부녀자의 몫이었다. 삼[麻]이나 목화 등 섬유의 원천적 재료를 가꾸고 그로부터 실을 잣는 일이며 또,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일이 모두 그들의 몫이었다. 그뿐이랴. 눈썰미 있게 식구들의 몸 치수를 대중해 옷을 지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우리들의 어머니나 할머님들께서는 재배·방직·디자인·재단·재봉·세탁·수선 등에 모두 능하신 다재다능하신 분들이셨다.

베를 짜는 일은 단순노동이다. 따라서 시간이 경과하면 피로는 누적되게 마련이었다. 다행이라면 이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노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고달프게 살아온 당신의 신세를 베틀에 얹어 베를 짜듯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랄까 단순노동인 베 짜기는 무언가 심도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노래는 이 때도 조연(助演)으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하지만 예전 여염집 부녀자가 심도 있게 생각할 수 있는 테마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 가운데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자식을 위한 염원이다. 가사는 논리적이지 않았고 곡조는 일정치 않았으나 자식을 위한 마음만큼은 더할 나위없는 노래였다.

은자동아 금자동아 은을주면 너를사랴 금을주면 너를사랴 만척동산 폭포동아 舜之乾坤 일월동아 오색비단 채색동이 채색비단 오색동아 어질거라 …

대충 4․4조로 이어지는 이 노래는 베가 다 짜지도록 끝나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염원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박자도 가사도 짜임새야 없지만 어떤 노래보다도 정겹고 그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짜여진 베는 옷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안다면 어느 자식이 엇나가랴?! 불행하게도 어머니 가슴에는 뚜껑이 없다. 그 속마음을 보여줄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실 뿐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와 같은 염원이 담긴 베를 절[寺]로 가져간다. 스님께 말씀드려 그 베 위에 아이의 성명 삼자와 축원을 적는다. 그리고 나면 부처님께 부탁드릴 차례다. 명다리와 명실을 부처님 전에 올리고 어머니는 무릎이 닳도록 절을 하시며 베를 짜며 불렀던 사연들을 하소연하듯 몇 번이고 부처님께 고한다.

부처님! 제게 자식이 있습니다. 하온데 그 아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부처님 전에 올린 이 베만큼만 제대로 되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

그렇다 이제 그 베는 이미 베가 아닌 어머님의 마음이다. 잘 짜여진 베와 같이 자식의 인격이 반듯하게 완성되기를 발원하며 그 정성으로 한 올 한 올 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명재호흡지간(人命在呼吸之間)’이라 했듯 호흡은 이어져야한다. ‘명실’도 그렇다. 실의 가치는 처음과 끝이 이어짐에 있으니 부처님 전에 실을 올림은 곧 사랑하는 내 자식의 호흡이 이 실처럼 길게 이어져 천수(天壽)를 누리기를 발원하는 것이다.

<2> 칠성각은 교육의 장(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부모님의 이런 자애 가운데서 들녘의 곡식이 익어가듯 제 모습을 갖추어 간다. 부처님 전에 올려져 있는 명다리와 명실은 말 그대로 자식들의 명을 미래로 이어가는 다리[橋]요 호흡을 이어가는 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부모라고 다 부모는 아니다. 칠성각에 놓여 있는 명다리는 부모로 하여금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되짚어 보게 한다. 제대로 된 한 필의 베는 날줄과 씨줄이 완벽하게 교차됨으로써 이루어지듯 자식에 대한 사랑도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식들은 가슴에 뚜껑이 없어 확인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마음을 칠성각에 놓인 명다리와 명실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칠월 칠석, 기수(基數=홀수)중에서도 기(氣)가 생(生)한다는 ‘7’자가 겹치는 날! 이 날은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이자 어린이 날이고 어버이 날이다. 그리고 칠성각은 이 모두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다.

<3> 칠성신앙은 화엄신앙의 극치

모든 종교에는 의식(儀式)이 있다. 의식을 통해 신앙의 대상인 소례(所禮)와 교감을 갖는다. 불교에는 많은 의식이 있는데,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꼽는다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불공’이다. 불공을 올림에도 많은 항목이 있어 이를 순서 껏 거행해야 한다. 그 가운데 ‘유치(由致)’라는 것이 있다. 소례의 이력 즉, 됨됨이를 드러내 귀의의 근거로 삼으려는 항목이다.

자손을 위해 거행하는 의식이라면 단연 ‘칠성불공’을 꼽는데, 『화엄경』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의 일부가 ≪칠성청≫의 <유치>로 원용되어 있다. 길상주약신(吉祥主藥神)이 부처님의 위신력에 힘입어 여타의 주약신에게 여래의 위대하심을 설한 게송(偈頌)이 그것으로 다음과 같다.
如來智慧不思議(여래지혜부사의) 여래님의 지혜력은 헤아릴수 없사오니
悉知一切衆生心(실지일체중생심) 모든중생 지닌마음 빠짐없이 아십니다.
能以種種方便力(능이종종방편력) 익숙하게 가지가지 방편력을 쓰시어서
滅彼群生無量苦(멸피군생무량고) 뭇중생의 많은고통 사라지게 하십니다.


『화엄경』의 내용을 원용(援用)했다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칠성신앙이 화엄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다. 자손이 착하고 원만한 인품을 지닐 뿐 아니라 만인의 귀감이 되게 하여 사바를 극락으로 가꾸려는 칠성신앙의 목적은 곧 화엄신앙의 목적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보면 『화엄경』의 내용을 원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엄신앙의 표현 방법을 달리한 것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이상(理想)과 현실이 별개라면 큰 문제다. 그것이 일치돼야만 정토는 구현된다. 화엄신앙이 한낱 사상(思想)으로 그친다면 중생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칫 딱딱하고 멀게 느껴질 화엄신앙의 겉모습을 살짝 바꿔 이상을 실현 가능케 한 것이 칠성신앙이다. 따라서 칠성신앙은 화엄신앙의 극치인 것이다.

몸에 좋은 약이지만 아이들은 쓰다고 먹지 않는다. 생각다 못해 방법을 강구했다. 약의 겉에 설탕이나 초콜릿을 살짝 입혔다. 현명하신 우리의 선배님들께서는 이미 그 방법을 활용하셨던 것이다.



-주(註)-

정화수(井華水) ;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 조왕에게 가족들의 평안을 빌면서 정성을 들이거나 약을 달이는 데 쓴다.

명다리 ; 명건(命巾). 명교(命橋). 자손의 명이 연장되기를 빌며 부처님이나 칠성님께 올리는 ‘모시’나 ‘무명’. 폐백목(幣帛木)의 일종. 예물로 올리는 목면포(木棉布).

※예전에는 포목을 화폐로 사용하였다. 『임꺽정전』에서도 임꺽정과 그 일당이 주막에서 밥이나 술을 사먹을 때 봇짐에서 베를 꺼내어 몇자 정도 끊어주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병역을 면제하여 주는 대신으로 받아들이던 베를 군포(軍布)라 함도 그 일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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