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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보석(寶石) 같은 달 유월!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7-07-11 20:14:31    1,073    0
보석(寶石) 같은 달 유월!

 

내용

[요점]

1. 김매는 달 유월은 ‘복월(伏月)’ ‘서월(暑月)’ ‘계하(季夏)’ ‘장하(長夏)’ ‘유월(流月)’이라고 하며, 앉은 방석도 돌려놓지 않는다 하여 ‘썩은 달’이라고도 한다.
2.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음력 유월이면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을 개설했다.
3. 머리감는 절기행사인 유두일(流頭日)과 보살계도량을 연계함은 『화엄경』 정행품(淨行品)의 교훈을 잘 활용한 모범적인 예로서 의미 있는 일이다.
4. 쇠는 달구어졌을 때 모양을 잡아야 하듯, 사찰에서는 새로 발심한 신도에게 보살계와 불명(佛名)을 주어 불자로서 기틀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내용]

앉은 방석도 돌려놓지 않는 달이 유월이다. 이 달은 장마철이자 김매기가 한창인 시기다. 걸맞은 이름도 많다. 복(伏)이 드니 ‘복월(伏月)’이요, 소서(小暑)와 대서(大暑)의 절기가 드니 ‘서월(暑月)’이다. 늦여름이니 ‘계하(季夏)’라 하고 장마가 드니 ‘장하(長夏)’라고도 한다.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런 가운데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는 유두(流頭. 東流水頭沐浴) 풍속이 있어 유월(流月)이라고 했다니 그나마 숨통이 틔는 듯하다.

그런데 이 달에는 해서 안 되는 일이 있다. 솜이불빨래나 이사와 같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 달을 ‘썩은 달’ 혹은 ‘액달’이라 불러 다른 일에 한눈파는 일을 삼가게 했다. ‘앉은 방석’ 운운 한 것도 시기적으로 ‘윈윈전략(win-win strategy)’이 어려운 때임을 통찰하셨던 조상님들의 지혜다.

음력 유월에는 사찰에도 이렇다할 행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라시대나 고려 때 행하였던 많은 법회(法會)나 도량(道場) 가운데 보살계가 6월에 집중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해 언급한 곳은 없지만 이런 추론은 가능하다.

주인의 입장에서는 밭 한 뙈기라도 더 매야 하겠고, 고단한 머슴은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었을 것이라는…. 예부터 먹는 게 해결돼야 염치를 안다고 했다. 그러니 잡초가 성하는 곳이 어디 오뉴월 논밭뿐이랴! 이들의 심전(心田)에도 번뇌와 망상이라는 무명초(無明草)가 나날이 무성해져 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빈 발우(鉢盂)를 보면 마음그릇이 청정하기를 발원하고, 음식이 가득한 발우를 보면 선법(善法)이 가득하기를 발원하였으며, 머리를 깎을 때면 떨어지는 머리칼을 무명초인양 하는 등, 일체처(一切處) 일체사(一切事)를 수행처와 공부거리로 삼으셨고, 동시에 중생제도를 서원하시던 선사스님들께서 이런 기회를 놓치셨을 리 만무하다. 김을 매는 농부의 마음으로 자신과 중생들 마음 가운데 무성한 무명초를 제거하는 호기로 삼으셨던 것이다.

『삼국유사』에도 자장율사(慈裝律師)와 원광법사(圓光法師) 그리고 진표율사(眞表律師)께서 보살계를 설하신 자취가 보인다. 특히 자장정률(慈藏定律) 조에는,
어느 해 여름 왕이 [자장율사를] 궁중으로 청하여 대승론(大乘論)을 강의하게 하고, 또한 황룡사(黃龍寺)에서 보살계본(菩薩戒本)을 7일 낮 7일 밤 동안 강연하게 하니 이때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강당을 덮었다. 이것을 본 사중(四衆)이 모두 그의 신기함을 감탄했다.
고 하였다. 한편, 이궁계임(二宮啓任)은 『조선학보(朝鮮學報)』15 「고려조의 항례법회(恒例法會)」(1960)에서 ‘보살계도량은 6월 15일을 전후하여 열리는 것이 상례였다’라고 적고 있으며, 안계현(安啓賢)도 『한국사』6 「불교행사의 성행」(1975)에서,
이것은 보살계도량을 유두일 절기행사와 연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머리를 감고 몸을 정갈히 하는 유두일에 보살계를 받음으로써 불제자로서 마음을 깨끗이 가다듬고 몸도 아울러 깨끗이 한다는 의미가 강조되어 있다 하겠다.
고 평가하였다.

이만하면 보살계도량(菩薩戒道場)이 6월 즉, 한여름에 개설된 까닭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6월에는 이사나 혼사는 물론 문병과 문안인사까지도 꺼렸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은 이 시기가 얼마나 바쁜 때인지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現)’을 강조했던 위(魏)의 동우(董遇)는 책 읽을 여가가 없음을 하소연하는 제자들에게 ‘삼여(三餘)’를 말했다. 농사일이 없는 겨울, 하루의 끝자락인 밤 그리고 비 내리는 날을 이른다. 여가가 없음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들녘의 전답이 됐던 마음의 전답이 됐던 김매는 일에 소홀하면 장차 거두어드릴 거라곤 한숨밖에 없을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다. 본고를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음력 유월을 ‘보살계 수지(受持)의 달’로 삼자는 것이다. 쇠는 달구어졌을 때 두드려 모양을 잡아야 한다. 다겁의 소중한 인연으로 불문에 들어온 사람들로 하여금 진정한 불자로 거듭 나게 하는 것이 보살계일진대 일년에 한 번, 유두(流頭)에 거행하는 불가의 연중행사로 정례화 함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이렇듯 중요한 보살계인 만큼 시간을 두고 차츰 살펴볼 기회를 갖기로 하겠거니와 우선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佛垂般涅槃略說敎誡經)』 가운데 ‘계(戒)’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말씀하신 석존의 옥음(玉音)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하자.

비구들아, 내가 열반에 든 뒤에는 계를 존중하되,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듯이 가난한 사람이 보물을 얻은 듯이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계는 너희들의 큰 스승이니 내가 이 세상에 더 살아 있다 해도 이와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계는 해탈의 근본이다. 이 계를 의지하면, 모든 선정(禪定)이 이로부터 나오고 괴로움을 없애는 지혜가 나온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청정한 계를 범하지 말라. 청정한 계를 가지면 좋은 법을 얻을 수 있지만, 청정한 계를 지키지 못하면 온갖 좋은 공덕이 생길 수 없다. 계는 가장 안온한 공덕이 머무는 곳임을 알아라. 비구들아, 너희가 이미 계에 머물게 되었을 때는 오관(五官)을 잘 거두어 오욕(五慾)에 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12-1110c

다행스러운 것은 이 같은 석존의 애틋하신 가르치심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음인데 이는 선조사 스님들의 공(功)이요 이 경을 대하는 분들의 복이다. 한편, 석존의 뜻이 담긴 계에 대한 선조사 스님들의 견해가 <대예참례(大禮懺禮)> 18번째 항목 가운데 있으니 중요부분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매우 고치기 힘든 병 가운데 계는 좋은 약이 되옵고, 크게 두렵고 무서운 가운데 계는 수호자가 되옵고, 암흑의 세계에서 계는 밝은 등이 되옵고, 삼악도 가운데 계는 이를 건네주는 교량이 되옵니다. 계는 위대한 스승과 같아 능히 사물을 판단케 하옵고, 계는 사람의 다리와 같아 능히 이르는 곳이 있게 하옵고, 계는 대지와 같아 만물을 생성케 하오며, 계는 대해와 같아 만복이 돌아갈 곳이오며, 계는 커다란 뗏목과 같고 성곽과 같아 성도문에 든 이가 의지할 곳 이옵고, 계는 맑은 연못과 같아 마음의 허물을 세척케 하옵고, 계는 밝은 거울과 같아 자신의 성품을 제대로 비추게 하오며, 계는 영락과 같아 법신을 장엄하옵고, 계는 금으로 된 보배와 같아 법재(法財)를 여의하게 하오며, 계는 배나 뗏목과 같아 능히 고해를 건너게 하오며, 계는 복장과 같아 빈궁함을 이기게 하오며, 계는 밝은 일월과 같사옵고 영락과 같사와 수많은 보살들은 이를 말미암아 정각을 이루옵나이다. 『석문의범』권상 p. 27

앞서 언급했듯, 고려 시대에는 국왕이 불제자임을 다짐하기 위해 보살계를 받는 것이 통례였다 한다. 고려조에서 보살계도량이 처음으로 베풀어진 것은 제9대 덕종(德宗. 1016~1034) 때라 하는데, 이후 공양왕까지 26명의 국왕 가운데 17명이 한 번 이상 보살계를 받았으며, 제17대 인종(仁宗)은 재위 24년 간(1122~1146) 16회나 보살계를 받았다고 한다.

보살계란 보살로서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원력 가운데 지혜와 자비를 실현해 나가는 출가 재가보살이 함께 받아 지켜야 할 실천덕목이다. 원효 스님께서는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에서 “보살계는 [생사의] 흐름을 거슬러 [일심의] 본원으로 되돌아가는 큰 나루터이며, 삿된 것을 물리치고 바른 데로 나가는 요긴한 문이다(菩薩戒者 返流歸源之大津 去邪就正之要門也)”대45-918b라 하셨다. 보살계는 여러 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많이 행해왔던 것은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의 ‘유가계(瑜伽戒)’와 『범망경』의 ‘범망계(梵網戒)’다.

유가계는 법상종을 중심으로 행해왔던 것으로 ‘삼취정계(三聚淨戒)’를 보살계로 삼고 있다. 삼취정계란 계법이 본래 청정한 세 가지 정계(淨戒)인 섭율의계(攝律儀戒), 섭선법계(攝善法戒), 섭중생계(攝衆生戒)다. 섭율의계는 그릇됨을 막고 악행을 하지 않으려고 계율을 지켜나가는 것이고, 섭선법계는 모든 선행을 닦아 나가는 것이며, 섭중생계는 힘써 중생을 교화하고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가장 널리 행해지는 것은 범망계로서 ‘10중계(重戒)’와 ‘48경계(輕戒)’로 보살계를 삼는다. 10중계는 ‘바라이(波羅夷)’라 하여 범(犯)하면 승려로서의 자격을 잃게 되며 교단으로부터 축출되므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계이다. 48경계는 10중계를 잘 호지하기 위한 계이므로 소홀히 하면 마침내 중계를 깨뜨릴 염려가 있어 가벼이 해서는 안 되는데, 혹시라도 범했을 경우 참회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10중계(重戒)’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第一 죽이지 말라(殺戒). / 第二 훔치지 말라(盜戒). / 第三 음란하지 말라(淫戒). / 第四 거짓말하지 말라(妄語戒). / 第五 술을 팔지 말라(沽酒戒). / 第六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設四衆過戒). / 第七 자기 자랑을 하고 남을 헐뜯지 말라(自讚毁他戒). / 第八 자기 것을 아끼고자 남을 욕하지 말라(慳惜加毁戒). / 第九 성난 마음으로 참회를 물리치지 말라(嗔心不受悔戒). / 第十 삼보를 비방하지 말라(謗三寶戒).

계를 지키는 일이 어렵다보니 혹자는 ‘계를 받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지 않겠는가?’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게 해서 면할 수 만 있다면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다. 그러나 죄의 성립은 수계(受戒)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을 가려는 사람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교통법규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보살계는 선택과목이 아니라 필수과목이다. 얼마나 중요하면 앉아서 받고 서서 파(破)하더라도 안 받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백 번 났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계의 수지를 꺼린다면 교통법규를 전혀 모른 채 길을 나서는 것과 같다.

다정(多情)도 병이라는 말이 있다. 이쯤에서 ‘48경계(輕戒)’에 관한 내용은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찾아보시도록 양보하는 것이 도리인 듯싶다. 모쪼록 썩은 달 유월이 보살계를 수지하는 우리 모두의 ‘보석 같은 달 유월’로 각광 받게 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주(註)-
『화엄경』 정행품(淨行品) ; 경계(境界)에 따라 불자가 지녀야 할 마음 자세에 대한 지수(智首) 보살의 질문에 대해 문수(文殊) 보살께서 답하신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윈윈전략(win-win strategy) ; 두 지역에서 일어난 전쟁을 동시에 승리로 이끈다는 미국의 전략.

법회(法會)는 대중들에게 경전의 내용과 사상을 강설하여 이해를 돕는데 중심이 있고, 도량(道場)은 그 경설(經說)에 따라 장애를 극복하고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의식(儀式)을 수반하는 경우를 이른다.

∙若見空鉢 當願衆生 其心淸淨 空無煩惱
약견공발 당원중생 기심청정 공무번뇌
빈발우를 볼때에는 / 모두함께 발원하세 / 그마음이 청정하여 / 번뇌업장 없어짐을

∙若見滿鉢 當願衆生 具足成滿 一切善法
약견만발 당원중생 구족성만 일체선법
발우가득 음식보면 / 모두함께 발원하세 / 온세상의 좋다는법 / 빠짐없이 가득하길

∙寶殿主人曾作夢 無明草茂幾多年 今向金剛鋒下落 無限光明照大千
보전주인증작몽 무명초무기다년 금향금강봉하락 무한광명조대천
보배궁전 주인공이 일찍부터 꿈꾸더니 / 무명지초 무성한채 그몇해를 보냈던고
늦게나마 금강봉에 낙엽처럼 떨어지니 / 한량없는 지혜광명 삼천대천 다비추네.

『고려사』 권5, 25장 앞쪽, 세가 5 덕종 원년 6 / 甲寅 王受菩薩戒於應乾殿(갑인일에 임금이 보살계를 응건전應乾殿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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