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점]
1. 석존의 탄생과 불전문학(佛典文學)
2. 기존의 종교와 차별화를 선포하신 거룩한 날!   자아광복절(自我光復節)!

 

[내용]
   추상화는 자연화와 달리 이해하기가 힘든 것 같다. 문외한인 까닭이라 생각하고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조예 깊은 분께 알아보았더니 특별한 방법이 없다 했다. 화가 자신의 사상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적 감각 등이 동원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석존의 탄생에 얽힌 일화가 그렇다. 탄생부터가 정상 분만이 아닌 우협(右脇)으로의 탄생이셨고, 태어나시자 곧 아홉 마리의 용이 나타나 목욕시켜드렸으며, 이어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신 후 오른 손과 왼손으로 각각 하늘과 땅을 가리키시면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하셨단다.
   경전의 말씀이니 불자의 입장에서는 그대로 믿으면 된다. 지금도 많은 분들은 일말의 의심 없이 경이롭게 생각하면서 그대로 믿는다. 어쩌면 그분들이 불교를 믿는 이유 가운데 큰 의미를 지닌 대목인지도 모른다.

 

< 1 > 석존의 탄생과 불전문학(佛典文學).
   한편,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불전문학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서두에서 추상화를 운운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경전결집에 임해 석존의 일생을 정리하던 편찬자들은 '사실대로만 정리할 것인가. 아니면 그 분께서 사바에 오신 뜻을 기릴 것인가'를 두고 깊은 성찰이 있었을 것이다. 불전문학의 입장은 후자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분께서 오신 뜻과 불교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규명에 무게를 두었던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일은 석존의 일생을 소인수분해 하듯 나눈 뒤 다시 문학적 안목으로 재결합하는 것이고 그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석존의 탄생에 얽힌 일화다.
  천착컨대, 기존의 종교가 대부분 교조주의적 신본주의였음에 비해 불교는 실용주의적 인본주의다. 아니 중생본주의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이 점이 불교의 존재이유다. 불전문학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고, 행여 그 의미가 퇴색될까 염려되어 그분의 일생을 팔상(八相)으로 정리하면서 가장 앞에 배치하였던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 분께서 사바에 오신 제일성(第一聲)도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한 것이다.

 

< 2 > 기존의 종교와 차별화를 선포하신 거룩한 날! 자아광복절(自我光復節)!
   여타 종교에서의 성탄절은 단지 교조의 탄일을 경축하는 날이지만,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는 것은 그 의미부터가 다르다. 교조이신 석존의 탄생을 기림은 물론이요, 존재하지도 않는 신(神)이라는 우상으로부터 해방되어 모두가 각자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자아광복(自我光復)을 외치며 아기부처로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 모두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상경(浴像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찬탄하였다.

 

   <灌佛偈(관불게)>
    我今灌浴諸如來(아금관욕제여래)   제가이제 모든여래 목욕시켜 드리오니
    淨智功德莊嚴聚(정지공덕장엄취)   깨끗하온 불지혜와 공덕으로 장엄하사
    願彼五濁衆生類(원피오탁중생류)   오탁악세 모든중생 이로인해 번뇌벗고
    速證如來淨法身(속증여래정법신)   한시바삐 청정하온 여래법신 증득과저.

 

   <獻香偈(헌향게)>
    戒定慧解知見香(계정혜해지견향)   계정혜해 해탈지견 법신견준 오분향은
    遍十方刹常芬馥(변시방찰상분복)   시방세계 두루하며 한결같이 향기롭네.
    願此香煙亦如是(원차향연역여시)   원커니와 올리옵는 이향연도 그러하여
    熏現自他五分身(훈현자타오분신)   훈하옴에 우리모두 오분법신 나투과저.
                                                                                          대정장 권16 p. 798

 

  그리고 제일성 이전의 일들, 그러니까
     ⑴마야부인의 태몽에 보인 육아백상(六牙白象)은 육바라밀을 수행의 덕목으로 하는 보살로서 오셨음을 나타낸 것이고,
     ⑵우협(右脇)으로 탄생하셨다 함은 당시 사성계급 가운데 왕족인 크샤트리야로 태어나셨음을 말한다.
     ⑶대범천왕과 제석천왕이 등장함은 우주 가운데 하나밖에 없는 진리를 말씀하실 분이심을 나타낸 것이며,
     ⑷구룡(九龍)이 나타나 목욕을 시켜드림은 가비라국(迦毘羅國)은 물론이요 주위의 모든 나라와 백성들의 축복 가운데 탄생하셨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⑸사방으로 7걸음을 걸으신 것은 윤회 가운데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육도(六道)를 초월한 열반의 세계로 인도하실 것을 표명한 것이다.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재구성하였다는 사실 외에 어느 하나도 허황되거나 거짓됨이 없다. 추상화가 자연화와 같지 않다 해서 거짓으로 치부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문외한인 나도 추상화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부처님께서 사바에 강림하신 덕분이다.

 

   삼계의 대도사이시고 사생의 자부이시며
   저희들의 본사이신 서가모니부처님!
   그리고, 아기부처로 새로 태어나시는 여러 불자님!
   꽃향기 그윽한 사월 초파일
   부처님 여러분의 탄일을 진심으로 경하올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