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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삼짇날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7-03-27 15:15:04    832    0
삼짇날

*4. 삼짇날 - 목어가 걸려있는 뜻 -

 

내용

[요점]
1) 부처님과 조사님들께 다공양을 올리는 다례(茶禮)가 대표적 행사이다.
2) 삼짇날은 용맹정진과 환골탈태를 다지는 명절이다.
3) 이 날의 의의를 계승 발전시켜 불가의 명절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내용]
음력 3월 3일을 삼짇날이라 하며, 상사(上巳) 또는 중삼(重三)이라고도 한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추녀 밑에 집을 짓는다는 때로서 날씨는 온화하고 산과 들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래서 세시음식으로 진달래꽃을 따다 화전을 부치고 화면(花麵)도 만들어 사당에 올리고 이웃과도 나누어 먹는다. 뿐만 아니라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소담하고 아름다워진다 하여 부녀자들이 머리를 감는 풍습도 있었다.

 

1) 부처님과 조사님들께 다공양을 올리는 다례(茶禮)가 대표적 행사이다.
불가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날로 기려왔다. 『삼국유사』 경덕왕(景德王 재위 742∼765) 충담사 표훈대덕조(忠談師表訓大德條)에는 충담 스님께서 해마다 삼짇날과 중굿날(重九日. 음 9월 9일)이면 차를 달여 경주 남산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께 다공양을 올렸다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삼월삼일 왕이 귀정문(歸正門) 누(樓) 위에 나아가 좌우 신하들에게 일렀다.
「위의 있는 스님을 한 분 모셔올 수 있겠느냐.」
이때 마침 위의를 갖춘 깨끗한 스님 한 분이 길을 가고 있었다. 좌우 신하들이 이 스님을 왕에게 데리고 가니 왕이,
「내가 찾는 스님이 아니다.」
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다시 스님 한 분이 보이는데 누더기 옷을 입고 앵통(櫻筒. 삼태기)을 지고 남쪽에서 오고 있었다. 왕이 보고 기뻐하며 누(樓) 위로 영접했다. 통 속을 보니 다구(茶具)가 들어 있었다.
「그대는 누구요?」
「충담(忠談)이라 합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요?」
「소승은 매년 삼월 삼일과 구월 구일이면 차를 달여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께 올리는데 지금 올리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과인에게도 그 차를 한 잔 나누어줄 수 있겠소?」
스님이 곧 차를 달여 드리니 차의 향기와 맛이 예사롭지 않았으며, 찻잔 속에서도 향기가 풍겨났다.

 

2) 삼짇날은 용맹정진과 환골탈태를 다지는 명절이다.
한편 속설에 '우문삼급랑(禹門三級浪)'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우문'은 용문현(龍門縣) 용문산(龍門山)의 문을 말하며, 중국 하(夏)나라의 우왕(禹王)이 그곳의 폭포를 3단으로 끊고 물을 배제하여 일종의 댐(dam)을 만들어 황하의 범람을 막았다고 한다. 그런데 매년 3월 복사꽃이 필 무렵이면 잉어가 그곳을 거슬러 우문의 통과를 시도하는데 성공하면 머리에 뿔이 생겨나며 용이 된다는 것이다. 어변성룡(魚變成龍)이나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도 이로부터 생긴 것으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크게 출세하게 됨을 말한다.
「영산재」의 <개계편(開啓篇)>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우문의 봄 따뜻하면 禹門春暖(우문춘난)
잉어가 삼단의 폭포를 뚫고, 魚透三層(어투삼층)
장엄한 바다에 가을 하늘 높으면 莊海秋高(장해추고)
붕새 홰를 쳐 구만 리를 난다네. 鵬搏萬里(붕박만리)
『석문의범』권상 p. 116

 

즉, 삼짇날은 성불을 목표로 하는 불자들은 물론 대학입시나 진급 등 비약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사람들은 폭포의 거센 물살을 뚫고 올라가는 잉어처럼 자신의 의지와 용맹정진을 다지는 매우 뜻 깊은 날이다. 이치가 이럴진대 그 다짐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안커니와 충담 스님께서 그러셨듯 사찰에 올라 정성껏 차를 다려 부처님께 올리며 폭포를 뚫는 잉어와 같이 결렬한 마음으로 새봄을 맞이함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사물(四物) 가운데 하나인 목어(木魚)는 곧 이런 의미를 함축적으로 웅변한다.
『벽암록(碧巖錄)』에 '三級浪高魚化龍 癡人猶戽夜塘水(삼급랑고어화룡 치인유호야당수)'라는 대목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잉어가 용으로 변한 것을 모르고 밤중에 우문의 폭포 가에서 잉어를 찾았다는 이야기다. 즉, 참선학인이 스승이 준 공안(公案)의 본의를 모른 채 쓸데없이 지해분별(知解分別)하려는 그릇됨을 지적하는 말이다.

 

3) 이 날의 의의를 계승 발전시켜 불가의 명절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관악산 성주암에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거사림 법회가 열린다. 부처님 말씀을 함께 나누고자 격주로 지난 2008년까지 만 6년간을 함께 한 필자와도 인연 깊은 법회다. 그 곳에서 뵙게 된 거사님 가운데 '박영하'라는 분이 계신데 80이 넘은 연세시지만 건강과 신심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를 꺼려하시는 분이다. 원래 금강산 유점사 아래 마을이 고향이시라는 거사께서는 삼월 삼짇날만 되면 절로 올라가는 보살님들의 모습을 어제 일처럼 회상하시곤 했다.

 

삼월 삼질이면 금강산 유점사로 올라가는 보살님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산은 마치 하얗게 가르마를 타놓은 듯 했는데…

 

무명을 백옥같이 하얗게 바래 옷을 지어 입으셨던 예전 우리 어머님 할머님들이시고 보면, 그리고 그분들의 가족을 향한 사랑과 부처님을 향한 신심을 생각해 보면 거사님의 말씀이 한 폭 수채화처럼 실감 있게 펼쳐진다.
절 집에서 자란 필자에게도 비슷한 추억이 있다. 이때쯤이면 정성스럽게 마련한 재미(齋米)를 광주리 한 쪽에 두고, 이르지만 텃밭에서 거둔 남새와 정성껏 마련한 과일 등 가지가지 공양물을 담아 머리에 이고 묘기를 부리듯 장마철 이사 가는 개미행렬처럼 절 마당으로 들어서시든 보살님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삼짇날이면 부처님께 다공양을 올리시던 큰스님들과 정성을 드리려 사찰을 찾으시던 보살님들의 거룩한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짧은 소견에 미신인양 여겼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제비도 눈에 잘 띄지 않고, 시시각각 급변하는 시절임을 감안하면 황하의 우문도 분명 변했을 것이다. 그래도 미천했던 생각을 뉘우치고 어르신들의 깊으신 뜻만이라도 이어 각자의 성불과 발전을 다지는 불가의 명절로 거듭나기를 발원하며 삼짇날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주(註)-
⑴삼짇날 : 고려시대에는 9대 속절(俗節)의 하나였다. 한자어로는 삼중일(三重日), 삼진일(三辰日), 상사일(上巳日), 상제(上除), 원사일(元巳日), 중삼일(重三日), 답청절(踏靑節), 계음일(禊飮日)이라고도 한다. 양(陽)의 수가 겹치는 삼짇날은 파릇파릇한 풀이 돋고 꽃들이 피어 봄기운이 완연하다.
⑵상사(上巳) : 삼짇날. 음력 3월 첫 사일(巳日). 위(魏)이후 3월 3일로 고정하여 행하여오고 있으나 이런 연유로 상사 혹은 상사일(上巳日)로 부른다. 이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목욕재계하여 연중(年中) 있을 부정(不淨)을 씻는다.
⑶우문삼급랑(禹門三級浪) : 우문은 산서성 용문현(山西省 龍門縣) 용문산의 문. 하(夏)의 우왕(禹王)이 그곳의 폭포를 3단(段)으로 끊고 물을 배제(排除)하여 황하의 범람을 막았다고 한다. 속설에 매년 3월 3일에 잉어가 그곳을 거슬러 우문을 통과하면 뿔이 생겨나며 용이 된다고 한다.
⑷우왕(禹王) : 『사기(史記)』하본기(夏本記)에 의하면, 하왕조(夏王朝)의 시조 우왕은 기원전 2070년 왕조를 개국하여, 황하의 홍수를 다스리는 데 헌신적으로 노력하여 그 공으로 순(舜)이 죽은 뒤, 제후의 추대를 받아 천자가 되었다.
⑸어변성룡(魚變成龍) : 『후한서(後漢書)』이응전(李應傳)에 보이는 고사(故事)로, 복사꽃이 필 무렵 황하의 물살을 거슬러 용문(龍門)을 통과한 잉어는 용이 된다는 말.
※용두어신(龍頭魚身) : 목어(木魚)의 모습이 여의주를 문 용(龍)의 머리에 물고기의 몸을 하고 있다는 뜻.
※등용문(登龍門) : 용문(龍門)에 오른다는 뜻으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크게 출세하게 됨. 또는 그 관문을 이르는 말.
※점액(點額) : 액(額)은 이마, 점(點)은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다. 용문으로 올라가려고 덤벼든 물고기들이 급류에 휘말려 근처의 바위에 이마를 부딪혀 상처를 입은 채 정신을 잃고 하류로 전락하는 것을 말한다. 출세 경쟁의 패배를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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