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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정월 방생(放生)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7-03-27 15:03:59    864    0
정월 방생(放生)

*2. 정월 방생(放生) - 대안(大安) 대사의 젖동냥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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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
1) 원효 스님의 정신적 스승 대안(大安) 대사
2) 살생할 때의 손맛과 방생에서 느끼는 손맛

 

[내용]
이 땅에 불법이 전래된 이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승석덕(高僧碩德)이 출현하셨음은 분명 이 땅의 불연(佛緣)이 그만큼 깊은 때문이리라. 이렇듯 기라성 같은 어른 가운데 유난히 큰 빛을 주신 분을 한 분만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주저 없이 원효 스님을 꼽는다. 스님의 거룩하심을 필설로 표현함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굳이 말하라면,
'스님께서는 석존의 훌륭한 후계자로 구세교화(救世敎化)에 있어 실천적 선각자 이셨고 위대한 사상가 이셨으며, 저술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신 분이셨으니 이 땅이 낳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시다'라 하겠다.

 

1) 원효 스님의 정신적 스승 대안(大安) 대사
『삼국유사』의 원효장(元曉章)에서는 스님을 '학부종사(學不從師)'라 하여 스님의 신출(神出)하신 지혜를 찬탄하였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에게 어찌 훌륭한 스승이 없었겠는가?! 『대각국사문집』에 의하면 보덕화상이 그의 스승이셨고 외에도 법장법사, 낭지화상 등을 스승으로 섬겼다고 했다. 특히 『송고승전』 권4의 '원효전'에는 대안 대사가 등장하고 있는데 이분이야말로 원효스님을 참다운 대승의 길로 인도하신 분이라 한다.
장황함을 무릅쓰고 이렇듯 원효 스님을 소개함은 원효 스님과 대안대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루어진 한 편의 설화 같은 이야기가 이 글의 주제인 방생의 의의를 대변하겠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때 일이다. 경주 장안에는 이상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내용인즉, 원효 스님의 스승이 될 만큼 법력이 있다는 대안 대사에 관한 것으로, 대안 대사가 당시로는 생각키 어려운 파계를 했다는 것인데, 다름 아니라 남몰래 여자를 얻어 살림을 하더니 급기야 아이까지 낳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이의 어미 되는 사람은 달아나고 없어 어쩔 수 없이 대안대사가 손수 젖을 동냥해서 애를 기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문은 원효 스님에게도 알려졌다. 스님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만부당한 일이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하고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문이 끊이질 않는지라 혹시 하는 생각에 원효 스님은 사실 여부를 확인코자 어느 날 대안 대사를 미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문과 같이 대안 대사는 용케 젖먹이가 있는 집만 골라가며 젖을 동냥했다. 원효 스님은,
'설마 했는데‥‥. 열길 물 속, 한 길 사람 속인가?!' 하며 미행을 계속했다.
대안대사는 젖이 발우에 가득 차자 경주 남산 쪽을 향했다. 산자락에 들어서서도 꾀 걸었다. 드디어 대안대사는 커다란 고목 밑에 멈추어 섰다. 멀리서 보니 나무 밑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있는듯한데 대사는 그 앞에 발우를 내려놓고, 그 안 쪽을 향해 무어라 이야기하는 듯 했다. 멀리 떨어져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이를 바라보던 원효 스님은 속으로,
'세상의 소문을 내 눈으로 확인케 되다니 오늘이야말로 내가 진정 못 볼 것을 보게 되는구나.' 생각하며 천지가 무너지는 심정이 되어 있었다. 바로 그 때 정말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은 음성이 원효 스님 귀에 들려왔다.
「원효―」 대안대사의 음성이었다. 원효 스님은 엉겁결에,
「네―」하고 대답했다. 바라보니 대안대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원효 스님 쪽을 바라보며,
「이리 오시게」하고 손짓하며 불렀다. 원효 스님은 계면쩍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걸음으로 다가갔는데, 그곳에는 예상치 못한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당연히 있으리라 짐작했던 갓난아기 대신 오소리 새끼들이, 그것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대 여섯 마리가 있었던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원효 스님에게 대안대사의 음성이 꿈속의 메아리 인양 다시 들려 왔다.
「대사, 이 오소리 새끼들이 복이 있기는 한가보구려. 신라국의 큰스님이신 원효 스님께서 친히 왕림하셨으니 어미는 잃었을 망정 이 놈들이 다생겁래(多生劫來)에 큰 선연을 지었음이 틀림없어…. 실은 얼마 전, 이 곳을 지나자니 어미는 죽어있고 곁에는 이 녀석들이 있었다오. 그대로 두면 모두 죽을 것 같아 이렇게 젖을 얻어다 먹이고 있소이다.」하였다.
순간 원효 스님은, '그러면 그렇지'하고 그간의 의심이 눈 녹듯 한꺼번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자 대안 대사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대사! 나는 이 녀석들을 위해 젖을 얻어 왔으니 대사께서는 이 것들을 위해 법문(法門)이라도 좀 설해 주시구려.」하였다.
원효 스님은 오소리 새끼들에게 법문을 설해 주라는 대안 대사의 말씀에 정신은 아득했고 눈앞이 캄캄했다.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스님! 떠도는 소문만 믿고 감히 스님을 의심하였습니다. 이렇듯 어리석은 범부이온데 어찌 미물에게 법을 설할 수 있으며, 설혹 법문을 설한들 눈도 뜨지 못한 이것들이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고 참회와 더불어 자신의 무능함을 고백하였다.
이 말을 들은 대안 대사는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세상을 '사바'라고 이르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는 겁니다. 아니 그렇소 대사! 대안(大安)― 대안―. 자, 그건 그렇고 대사께서 굳이 사양하시니 오늘은 내가 이 녀석들에게 한 마디 하리다.」했다.
원효 스님은 다시 긴장했다.
'스님의 법력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저 어린 새끼들에게 법문을 설하시겠다니…'
그러자 곧 대안 대사께서는 새끼 가운데 한 마리의 목덜미를 잡아들더니 발우 끝에다 입을 대 주면서 법문을 설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배가 고팠느냐?! 서둘렀는데도 그만 늦어졌구나. 어서 먹자꾸나.」하면서 정성껏 젖을 먹였다. 그 모습이며 말투가 너무나 진지해서 원효 스님은 대안대사의 손에 들려있는 오소리 새끼를 대안대사의 친자식으로 오인할 정도였다. 아니 젖을 먹이는 모자지간(母子之間)의 모습 그대로였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번갈아 가며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면서 대안대사의 법문은 계속 되었다.
「어서 먹어라. 배불리 먹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자― 이제는 네 동생에게도 먹여야겠구나. 너는 좀 쉬거라. 아가야! 배가 많이 고프지…」 이러한 광경을 본 원효 스님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 !' 하고 신음 같은 탄성이 나왔다.

 

이상의 설화는 어려서 은사스님께 들은 것으로 기억을 더듬어 되살펴 본 것이다. 게으른 탓에 아직 그 전거를 확인하지 못했으니 이 이야기는 허구(虛構. fiction)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점이며, 새끼 오소리에게 젖을 먹이는 대안 대사의 모습을 보고 신음하듯 터져 나온 원효 스님의 짧은 탄성 속에서 방생의 의의 역시 충분히 살필 수 있다는 점이다.

 

2) 살생할 때의 손맛과 방생에서 느끼는 손맛
소극적 금계(禁戒)인 불살생(不殺生)에서 진일보 한 것이 방생이다. 모든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불국토를 사바세계에 구현하려는 적극적이고도 대승적인 작지계(作持戒)임을 우리 모두 공감해야 하겠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손맛'을 이야기한다. 방생을 하는 사람들도 손맛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표현은 같지만 상대의 생명을 끊으면서 느끼는 손맛과 살려주면서 느끼는 그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터이다.
정월 보름이면, 많은 불자들이 방생을 한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는, 이른바 2% 부족한 자비와 지혜를 실천에 옮기려는 것이다. 보름달은 이지러짐이 없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완벽한 행복, 그것은 자신의 소중함만큼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실감하는데서 찾아야 된다는 조상의 지혜다.
정월 대보름, 중천에 떠 있는 둥근 달을 보면 신자든 비신자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소원을 빌게 된다. 왠지 인간이 힘으로는 넘보기 어려운 위신력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우리도 자신이 빌었던 그런 보살핌을 우리보다 못한 누군가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고 소원을 빌 수 있는 자격이 있을 것 같다.
『범망경(梵網經)』에서 말씀하셨다.

 

모든 남자는 나의 아버지요, 모든 여자는 나의 어머니이다. 나는 세세생생 이렇게 생을 받지 않음이 없었으니, 때문에 육도의 중생 모두가 나의 부모인 것이다.(一切男子是我父 一切女人是我母 我生生無不從之受生 故六道衆生皆是我父母) 『大正藏』 卷24 p. 1006b
또, 「사미십계」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이 설해져 있다.
산목숨을 죽이는일 자비종자 끊는일로 殺生斷汝慈悲種
가죽벗긴 살점으로 친지위해 잔치해도 割他皮肉讌親賓
삼악도에 떨어져서 오늘이빚 갚을때는 異日三途還債處
그대역시 목숨으로 뭇인정을 써야하리 只將性命作人情
정월은 신월(愼月)이라고도 한다. 목표는 바르게 세우고 시작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 첫 달이라는 뜻이다. 팔정도의 첫 번째 덕목도 '정견(正見)'이다.
정월에는 그것도 대보름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대안 대사께서 보여주신 마음으로 행하는 방생이다. 원효 스님의 짧은 탄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구제역(口蹄疫)과 조류독감(鳥類毒感)으로 많은 중생을 '살처분'하는 현실, 안타깝다는 생각만 하는 내가 참으로 안타깝다.

 

[참고]
⑴소승계(小乘戒)는 어떤 경우든 정해진 계법을 지키도록 되어 있고, 대승계(大乘戒)는 자비의 원행(願行)이기 때문에 계의 참 정신을 살리려는데 특징이 있다.
⑵개차법(開遮法)과 개차반(開遮飯) : 개(開)는 계율을 범하는 것으로, 예컨대 많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한 목숨을 죽이는 것과 같은 일을 말한다. 차(遮)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계율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한편, '개'와 '차'는 자신이 주인이 되어 판단할 일이지만, 그 판단이 쉽지 않고 결과 또한 만족하기 어렵다는데서 나온 말이 '개차반'이다.



-주(註)- ⑴원효(元曉. 617-686) : 신라의 고승. 속성은 설(薜)씨. 이름은 서당(誓幢). 신라 압량군 남불지촌(押梁郡 南佛地村. 경상북도 경산군 자인면)에서 진평왕 39년 탄생. 29세 출가. 34세에 의상대사와 함께 입당구법을 도모하였으나 무덤가에서 하룻밤이 깨달음의 계기가 되어 입당을 단념. 저술 및 교화활동에 힘쓰다 요석공주와의 인연으로 복성거사(卜性居士)라 칭하고 '무애가(無碍歌)'를 부르며 민중 속으로 뛰어 들었다. 686년 3월 30일 70세로 입적. 뒤에 고려 숙종이 대성화쟁국사(大聖和諍國師)라 시호(諡號)를 추증(追贈). 신라 십현의 한 사람인 설총(薜聰)은 대사의 아들이다.
⑵지지계(止持戒)와 작지계(作持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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