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자료
영산재발전을 위한 다양한 자료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문각집수행차제(修行次第)와 개구리 성장기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10-02 13:10:03    827    0
수행차제(修行次第)와 개구리 성장기

 

내용

【요점】

1. ‘올구리’와 ‘개챙이’를 아십니까?
2. 보살상(菩薩像)의 문제점
3. 형님 같고 누님 같은 나한님
4. ‘아사리판’과 ‘화상덩어리’


【내용】

‘보살(菩薩)’ ‘아라한(阿羅漢)’ ‘아사리(阿闍梨)’ ‘화상(和尙. 和上)’ 등은 불교에서 말하는 성현의 반열에 계신 분들을 가리키는 명사다. 부처님에 비하면 아직은 부족하고 중생의 입장에서 보면 부처님에 버금가는 위대한 존재 즉, 중간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더 가깝게 여겨지듯 지나치게 완벽하신 부처님보다 오히려 이분들이 살갑게 여겨질 때도 있다.


<1> ‘올구리’와 ‘개챙이’를 아십니까?

초등학교 ‘슬기로운 생활’이나 ‘과학’ 시간에 개구리의 성장과정에 대해 배운다. 동요의 가사처럼 처음에는 뒷다리에 생겨나고 이어 앞다리가 나온다. 그리고는 꼬리가 짧아지면서 완전한 모습의 개구리가 된다. 올챙이와 개구리를 떼어놓고 보면 생긴 모습이 너무도 달라 서로의 연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언급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 어릴 때의 모습에는 ‘올챙이’, 그리고 어른이 된 뒤의 모습에는 ‘개구리’라는 이름이 각각 있는데, 중간단계에 대한 명칭이 없다. 뒷다리만 나온 것은 무어라 불러야 할지? 또, 앞다리까지 다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꼬리가 남아있는 것은 또 어떻게 불러야 할지? 거기에 대한 답이 없어 애매하다. 그래서 뒷다리만 나온 것은 아직 올챙이에 가까운 모습이니까 우선 올챙이에서 ‘올’자를 따오고 개구리에서 ‘구리’를 따서 ‘올구리’라 부르면 어떨까?! 또, 앞다리까지도 나왔지만 아직 꼬리가 남아있는 것은 개구리에 가까우니까 개구리에서 ‘개’자를, 그리고 올챙이에서 ‘챙이’를 취해 ‘개챙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자화자찬 같지만 꽤 괜찮은 생각이지 싶다.

이런 예를 든 것은, 불교에서는 발심으로부터 성불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개구리의 성장과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불법의 이치를 알고 발심하여 수행을 막 시작한 사람은 올챙이다. 죄송스러운 비유지만 수행의 완성자인 부처님은 개구리다. 그렇다면 수행위(修行位)에 있는, 다시 말해 중간자인 ‘올구리’나 ‘개챙이’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는 존재를 불교에서는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 ‘보살’ ‘아라한’ ‘아사리’ ‘화상’ 등이 그 답이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올구리’와 ‘개챙이’의 겉모습이다. 억지로 이름을 붙여 그렇지 사실 그 모습은 괴물스럽기 그지없다. 그래 그런지 ‘보살’ ‘아라한’ ‘아사리’ ‘화상’의 회화나 조각 혹은 단어의 쓰임새에서 그런 면을 엿 볼 수 있다. 보살의 경우, 외모는 아리따운 여성이신데 코와 턱밑에는 수염이 있고, 나한님은 어린애 아니 어른들도 겁먹을 만큼 괴팍한 모습을 하고 계신 것이 그렇다. 또, 일반적으로 큰스님을 지칭하는 아사리나 화상이 난장판이나 철부지를 나타내는 ‘아사리판’이나 ‘화상덩어리’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2> 보살상에 이의(異議) 있습니다.

아라한이나 아사리의 모습이라면 모를까 보살의 모습을 두고 괴물스럽다 하면 수긍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보살에 대한 긍정적 선입견으로 점수를 후하게 드려 그렇지 방금 전 지적했듯 성별에 있어서는 매우 혼란스럽다. 수염 난 여인이라니…?

더구나 일상에 검소할 것을 강조하는 불가의 입장에서 볼 때, 보살님의 외모가 수행자로서는 삼가야 할 사치의 극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입으신 옷과 장신구가 그렇고, 손을 보면 물 한 방울 묻힌 적이 없을 것 같은 섬섬옥수이시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수월관음도’를 친견한 사람에게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반드시 해명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살펴보기로 한다.

보살의 사치스럽고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종교가 발생하게 된 이유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인간이 전지전능한 존재라면 종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한히 약한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그러나 어려서는 어머님의 절대적이고 희생적인 보살핌 속에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전지전능하신 것 같았던 어머니는 오히려 부양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즈음에 찾게 되는 것이 절대자다. 그리고 그 절대자는 어려서 내가 의지했고 나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셨던 어머니와 같은 분이어야 했다.

『마하지관(摩訶止觀)』에서 ‘마음은 화공과 같다(心如工畵師) 『大正藏』 卷46 p. 83b “心如工畵師 造種種五陰 一切世間中 莫不從心造”

’라 하셨듯 보살의 아름다운 모습과 섬섬옥수는 결국 어릴 적 바라 뵀던 젊고 아리따우시며 전지전능한 어머님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이 화공과 조각가의 손을 빌려 나타난 것이 다름 아닌 보살님의 모습이다. 코와 턱밑에 있는 수염은 남성이 지닌 또 다른 능력과 함께 성(性)을 초월한 위치에 계신 분이심을 표현한 것이다. 지금껏 기형적이라거나 사치스럽다고 지적했던 문제점들은 오히려 이를 표현하기 위한 화공이나 조각가들이 고심한 보람인 것이다.


<3> 형님 같고 누님 같은 나한님?!

예전 어른들은 ‘기도로 성취를, 그것도 빠른 성취를 원한다면 나한기도(羅漢祈禱)를 하라’고 말씀했다. 이치인즉, 나가서 놀다 이웃집 아이하고 싸우다 불이익을 받았을 때 아버지나 어머니께 여쭈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사이좋게 지내라고 타이르신다. 기대한 것은 그게 아닌데…, 하지만 같은 일을 형이나 누나에게 일러바치면 그 응징이 매우 신속하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향후, 형이나 누나에게 계속해서 충성하며 선린(善隣)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올구리와 개챙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억지로 이름해서 그렇지 올챙이도 아니고 개구리도 아닌 그 모습은 차라리 ‘괴물’이라 해야 할 것이다. 나한전에 자리하신 나한님들께서 다소 괴팍한 모습을 하고 계신 것에 대해, ‘과거 부처님 당시 오백 명의 도적의 무리가 부처님의 교화로 출가하여 수행에 성공했으나 전직이 그랬기 때문에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라기보다는 올구리와 개챙이의 모습이 괴물스럽듯 중생과 부처의 중간단계에 계신 분들이기에 회화나 조각으로 나타낼 때는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외모 때문에 나한님을 무섭고 소원(疏遠)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부모님과 달리 형이나 누나처럼 우리와 공감대를 지니고 계신 분들이라 생각하면서부터 유난히 친근감을 갖게 된 것이 내 경험이다. 친구하기 좋고, 기대기 좋고 그리고, 하소연도 잘 들어주실 것 같다는 철없는 생각이 들어서다.


<4> ‘아사리판’과 ‘화상덩어리’

청춘 남녀가 사랑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무르익었고, 사랑은 참으로 달콤하다는데 둘은 공감했다. 옆에서 진지하게 듣고 있던 어린 조카가 마침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꺼내들며 저도 사랑의 맛을 안다고 했다. 청춘 남녀는 그저 의미심장한 웃음만 보였다.

<법성게(法性偈)>의 내용에 ‘증지소지비여경(證智所知非餘境)’이라는 말씀이 있다. ‘증득한 지혜로 알바지 여타의 경계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사랑도 사탕도 달다는 점에서 표현이야 같지만 어찌 그 맛까지 같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도가 높은 스님의 생각이나 언행은 범부의 입장에서 짐작하기 어렵다. 누군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할라치면 ‘화상덩어리’라 하는 것이 그래 하는 말이다.

한편, ‘아사리’는 제자를 가르치거나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함에 있어서 스승이 될 만한 큰스님을 가리키는 말로서 화상과 같은 의미다. 문제는 잘난 사람들끼리만 모여도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해서 시끌벅적한 상황을 빗대어 ‘아사리판’이라 하는 것이다. 개구리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올구리거나 개챙이이기에 생기는 일이다.

서가모니부처님께는 ‘사생자부(四生慈父)’, 관세음보살님께는 ‘대성자모(大聖慈母)’라는 호칭을 붙여 아버님과 어머님에 견준다. 그래서인지 부처님 전에 서면 그분의 강렬한 아우라(Aura) 때문에 위축되고 다소 거리감도 느껴진다. 이에 비해 관세음보살님께는 어머님 같은 따사로움과 포근함이 있다. 또, 나한님들한테서는 형이나 누나에게서 풍기는 중생으로서의 동질감과 친근감이 느껴진다. 아사리나 화상은 이미 천진난만(天眞爛漫)을 회복하신 분들 이셔서인지 이분들만 뵈면 적자생존이라는 삶에서 오는 긴장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

도심에는 논이나 개울이 없어 개구리의 성장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일이 어렵다. 대신 거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나 주변의 인물을 마음의 눈으로 살펴보자. 분명 거기에는 ‘올챙이!’ ‘올구리!’ ‘개챙이!’ ‘개구리!’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금월(今月)의 게송>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밴드 보내기
  • 블로그 보내기
  • 폴라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텔레그램 보내기
  • 텀블러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컨텐츠 목록
제목 조회 날짜
문각집 [산사의 편지 Ⅴ]
최고관리자    74
74 08-26
문각집 [산사의 편지 Ⅳ]
최고관리자    73
73 08-26
조어 신조어 * 마지고대 * 육화반 * 장수잡채 * 참회병 * 사라화
최고관리자    462
462 08-03
문각집 [산사의 편지 III]
최고관리자    282
282 07-04
문각집 [산사의 편지 II]
최고관리자    214
214 07-04
문각집 [산사의 편지 I]
최고관리자    275
275 06-25
문각집 세시법문(歲時法門) II
최고관리자    261
261 07-31
문각집 세시법문Ⅰ
최고관리자    285
285 07-31
문각집 세모에 되새겨보는 ‘삼법인(三法印)’ - 유종의 미 -
최고관리자    295
295 12-28
문각집 너 자신을 알라 – 우리의 현주소 ‘사바세계’ -
최고관리자    809
809 10-15
문각집 하심(下心)
최고관리자    346
346 07-21
문각집 참회(懺悔)와 절개(節槪)
최고관리자    366
366 05-18
문각집 <대비주>와 『반야심경』의 어울림
최고관리자    418
418 03-25
성보 탄생상봉안불감(誕生像奉安佛龕)
최고관리자    320
320 01-08
문각집 방하착(放下着) -보살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있다-
최고관리자    600
600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