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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목적’과 ‘목표’의 차이 -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08-01 14:55:42    4,421    0
'목적’과 ‘목표’의 차이 -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

 

내용

【요점】

행복! 막연하지만 누구나 희구하는 것이다. 마침 요즘이 입학기간이니, 인생의 여정 가운데 가장 애타는 목표를 가진 대학 수험생의 입장에서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가늠해보기로 하자. 대학입시를 예로 든 것은 성인(成人)으로 발돋움하는 첫 관문인 만큼 당사자에게는 더 없이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보면 안다. 다행히 원하는 학교에 입학해도 그것만으로는 행복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것 말고도 행복을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 좋은 친구, 좋은 옷,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집, 좋은 자동차…. 이처럼 ‘좋은’ 그것도 ‘아주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명품(?)들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유효기간이 생각처럼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충족시켜 주어야 일시적이나마 행복이 유지된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수험생이나 그의 부모들이 추구하는 입학과 ‘좋은’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것들은 목표이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작 지금껏 꼽아본 것들은 아쉽게도 소금물과 같아 마실수록 조갈만 더하는 그런 것들이다.


【내용】

<1> 목표와 목적을 구분하는 지혜

그래서 진정으로 행복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목표가 아닌 목적을 가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화를 하나 들어보자.

꿀벌, 그 중에서도 일벌에게 있어서 목적은 오직 꿀을 모으는 것이다. 꿀벌이 1g의 꿀을 모으기 위해서는 평균 127송이의 꽃을 옮겨 다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을 보면 꿀벌 같다고 하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이 그런 꿀벌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온대지방에 사는 꿀벌들을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열대지방의 외딴섬으로 옮겨놓고 무더운 기후에서 키워본 것이다. 전혀 다른 환경이었지만 꿀벌들은 그간의 습성대로 꿀을 열심히 모아왔다.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겨울은 오지 않았고 급기야 꿀 모으기에 게을러지더니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사람들을 거세게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에서 수정해야할 것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일벌에게 있어서 목적은 오직 꿀을 모으는 것’이라고 한 대목인데 밑줄 친 ‘목적’을 ‘목표’로 고쳐야한다. 위의 예에서 본 ‘벌들의 반란’은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 이상의 목적이 없음에서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리컨대, 목표는 본능만으로도 성취할 수 있지만 목적은 지혜를 지녀야만 성취할 수 있다. 그래서 『대장엄경론(大莊嚴經論)』에서는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다(人身難得)’라고 갈파한 것이다.


<2> ‘입학’은 인생의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입학이라는 나름의 일대사(一大事)를 치르고 있는 지금, 수험생들은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거듭 천명하거니와 우리 모두의 목적은 진정한 행복이다. 이번 입학은 행복을 향해 나가는 징검다리 즉, 목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원하는 만큼 성취했더라도 거기에 만족하면 안 된다. 또, 기대했던 만큼 얻지 못했더라도 지나치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는 칭찬이나 위로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애초부터 목적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자칫 방심하거나 오판하면 목적의식이 없는 꿀벌처럼 본능에 끄달려 탈선하기 십상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성숙한 성인이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지금 바로 이 시기다. 그간 지겹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간섭도 이 시기가 지나면 점차 엷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자신에 관한 모든 일의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하고 책임 역시 스스로 져야할 시기가 도래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내 그간 지겹다고 느꼈던 걱정과 간섭이 그리워질 것이다. 되돌아갈 수 없겠지만…


<3>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심심찮게 듣기도 하고 묻기도 하는 말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있듯, 이렇게 말하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고 저렇게 말하면 저 말도 맞는 것 같다. 우선 ‘먹기 위해서 산다’는 쪽의 주장을 들어보자.

사람은 먹기 위해 살고, 동물은 살기 위해 먹는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살기 때문에 먹는 것에 욕심이 많다.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 더 멋진 것들을 갈구하기에 헐뜯고 싸우고, 때로는 남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에게만 법과 도덕이 있고 종교도 있다. 그러나 동물은 살기 위해서 먹기 때문에 욕심이 없다. 그들에게는 배만 부르면 세상이 행복하다. 배부른 사자 앞에는 토끼도 평화롭다. 그들에겐 위선이나 기만 같은 성품이 없다. 살기 위해서 먹으니 욕심 또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 더 멋진 것들이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이번에는 ‘살기 위해서 먹는다’는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눈물은 아래로 흐르고 수저는 위로 올라가는 법이란다. 생활이 고달프고 심신이 피곤해도 유기체(有機體)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먹는다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 삶에 있어 불가결한 일이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타인에게 양보할 줄 아는 것은 인간뿐이다. 바로 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빛나고,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 종종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4> 불교의 입장은 어떠한가?

살기 위해 먹는다는 이야기가 안방에서 듣는 시어머니 말씀이라면, 먹기 위해 산다는 이야기는 부엌에서 듣는 며느리의 변이다. 각기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눈치 빠른 사람은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표현으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회발게(回鉢偈)>⑴라는 짧은 게송으로 제시하고 있다.
佛生迦毘羅(불생가비라) 가비라국에서 탄생하시어
成道摩竭陀(성도마갈타) 마갈타국에서 성도하셨고
說法波羅奈(설법바라나) 바라나시에서 설법하시다
入滅俱尸羅(입멸구시라) 구시나가라에 열반하셨네.

공양시 4짝으로 된 사합(四盒) 발우를 펼칠 때 읊조리는 게송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비라국’ ‘마갈타국’ ‘바라나시’ 그리고 ‘구시나가라’는 석존의 족적(足跡)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곳으로서 ‘사대성지(四大聖地)’라 한다.
식기인 발우를 사대성지에 견준 것은 공양을 드는 목적을 가늠해보자는 의도다. 불자에게 있어서는 먹는데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먹기 위해 산다고 해도, 살기 위해 먹는다고 해도 결국 그 방향은 모두 생사윤회(生死輪回) 쪽을 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성불에 그 목적을 두어야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의미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윤회의 빌미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석존께서도 태어나셔서부터 반열반(般涅槃)에 드시기까지 공양을 드셨음이 경전 도처에 보이고 있다.⑵ 그러나 누구도 그분께서 드신 공양을 먹기 위해서라든지 혹은 살기 위해 하신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성불로 귀일(歸一)되는 행위이셨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다. 그리고 그 행복은 탐진치 삼독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성불을 넘어설 것이 없다. 성불함으로써 얻는 것이 열반사덕(涅槃四德)인 ‘상락아정(常樂我淨)’이기에 하는 말이다.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불자들의 식사는 가리고 절제할 줄 알아야 하며, 삶의 방식은 옳아야 한다. 이것이 재계(齋戒)다. 그래서 『대장엄경론』에서는 또 ‘불법은 만나기 어렵다(佛法難値)’고 하였던 것이다.
정리하면, 우리가 부처님의 사대성지를 순례를 하는 것은 그분의 족적 모두가 한결같이 우리 모두의 목적인 행복에 이르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합발우(四盒鉢盂) 한 짝 한 짝을 각각 사대성지에 견주는 것은, 유기체로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영양공급이 중요하듯 수행인에게 중요한 것은 부처님께서 솔선해 보여주신 인생의 목적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천도의식에서 영가를 위한 최후의 게송도 다름 아닌 인생의 목적을 잊지 않도록 독려하는 <파성게(破城偈)>다. 소개하면,
火蕩風搖天地壞(화탕풍요천지괴) 불에타고 바람불어 온천지가 무너져도
寥寥長在白雲間(요요장재백운간) 고요하게 꼼짝않고 백운사이 자리했네.
一聲揮破金城壁(일성휘파금성벽) 한번의할 드날려서 금성철벽 부수리니
但向佛前七寶山(단향불전칠보산)⑶ 부처님이 계신방향 칠보산을 향하소서.


-주(註)-
⑴ 『속장경』 권111 p. 547a
⑵ 니련선하에서 목욕 후, 목우녀 난타파라(難陀波羅)가 올린 유미죽을 드신 일. 『과거현재인과경(過去現在因果經)』 권3(大正藏 卷3 p. 639b) / 성불 후, 상인인 조(爪)와 우바리(優婆離) 형제가 올린 공양을 받으신 일. 『사분율(四分律)』(大正藏 卷22 p. 781c) / 순타(純陀=周那)의 공양을 받으신 일. 『장아함경(長阿含經)』 卷三(大正藏 卷1 p. 18a) 등.
⑶ 七寶山(칠보산) ; 구산팔해(九山八海) 가운데 중앙에 위치한 수미산과 가장 외각에 자리한 철위산 사이에 있는 7개의 산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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