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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南과 北은 ‘우리’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06-11 11:15:48    953    0
南과 北은 ‘우리’

 

내용

【요점】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때로는 낮게 드리운 전운이 가위처럼 짓누르고, 때로는 통일에 대한 꿈이 무지개처럼 펼쳐지기도 한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백성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 불안하다. 장노(長老) 화상 말씀에 천겁(千劫)을 지내며 선연을 쌓아야 한 나라에 태어난다고 하였는데, 60년이 넘도록 반복되는 일이다. 연대의식이 강하고 머리가 좋다는 우리민족이 왜 이 일만은 그토록 풀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무엇보다 이웃나라 보기가 부끄럽다.

답답한 마음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려 보았다. 옛 선인들의 자취에서 길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데 온고지신, 그 말 자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온(溫)’은 ‘따뜻할 온’자로 자신이 앉은자리를 따뜻하게 데우라는 의미라고 한다. 새가 알을 품으면 좀처럼 둥지를 떠나지 않는다. 그래야 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물이 담긴 그릇도 가만히 놔두어야 만상이 드러나지 않던가?!

우리민족의 역사가 반만년이다. 그간 잘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좌우 돌아볼 겨를조차 없이 달려왔지만, 민족의 미래가 달린 일만큼은 유구한 역사의 주인답게 어른스럽고 지혜로이 대처해야한다. 새가 알을 품듯 그리고 물그릇을 가만히 놓아두듯 서로가 차분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내용】

<1> 소탐대실(小貪大失)

바라나시 숲 속에 어리석은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말[馬]에게 주려고 자루에 담아놓은 푸른 콩을 발견했다. 입맛을 다시다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재빨리 와서 한 움큼을 쥐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맛있게 먹다가 그만 한 알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원숭이는 그 콩이 아까워 어쩔 줄 몰랐다. 안절부절못하던 원숭이는 손에 있는 콩을 모두 버리더니 떨어트린 콩알 하나를 찾으려 땅위로 내려왔다. 이를 흥미롭게 바라보던 바라나국의 범여왕은 신하에게 회군(回軍)을 명했다.

범여왕은 이웃 나라를 침공하려 행군 중에 잠시 쉬다 이런 광경을 보았고, 무언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2> 연목구어(緣木求魚)

제(齊)나라의 선왕(宣王. ?~BC 301)이 천하를 통일하겠다는 대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맹자에게 춘추시대의 패자(覇者)였던 제(齊)의 환공(桓公. ?~BC 643)과 진(晉)의 문공(文公. BC 697~BC 628)의 패업에 대해 그 사적을 물었다. 맹자(孟子)는 패도(覇道)에 대하여 잘 모른다고 답하더니 왕에게 되물었다.

“전쟁을 일으켜 백성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이웃 나라와 원한을 맺고 싶으십니까?”
“아닙니다. 내 어찌 그런 것을 원하겠습니까. 장차 대망(大望)을 실행코자 그러는 것입니다.”
“폐하의 그 대망이란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왕이 웃기만 하고 말하지 않자 맹자가 말했다.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이 부족하거나 가볍고 따뜻한 옷이 만족스럽지 않으십니까? 아니면 아름다운 것이 부족하고 풍악소리가 만족스럽지 못하며, 부리는데 총애할만한 사람이 모자라서입니까? 이런 것들은 모두 충분하실 터인데 폐하께서는 어찌해 그러십니까?”
“내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러자 맹자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 말씀하시는 대망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토를 확장하여 진(秦)이나 초(楚) 같은 대국이 인사를 드리러 오게 하고, 중국 전체를 지배해서 사방의 오랑캐들을 거느리시려는 것이겠군요. 하지만 일방적인 무력으로 그것을 얻으려 하심은 마치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얻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왕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토록 무리란 말입니까?”
“예,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보다 더 무리입니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은 비록 물고기를 잡지 못하더라도 뒤따르는 재난은 없습니다. 하오나 폐하처럼 무력으로 뜻을 이루려면 백성을 잃고 나라를 망치는 재난이 따라 올 것입니다. 고기를 잡으려면 바다로 가야 하듯 천하를 얻고 싶으시면 왕도정치(王道政治)⑴로 대도를 가십시오.”라고 맹자는 대답하였다.

<3> 동종선근설(同種善根說)

‘이세상의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나고[諸法從緣生], 이세상의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사라진다[諸法從緣滅]’라는 말씀은 ‘법신게(法身偈)’의 일부다. 지혜가 남다르신 사리불 존자의 마음을 움직여 급기야 석존께 귀의토록 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인연이란 무엇일까? 숙명(宿命)과 달리 스스로가 주인임을 깨달아 현재를 책임지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함을 말 한 것으로서 불교 교리의 근간이다. 장로 화상께서는 이런 인연을 현실 가운데서 살펴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한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나는 것은 함께 쌓은 천겁의 선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하루 동안 같은 길을 가는 것은 2천겁, 하루저녁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자는 것은 3천겁, 고향이 같은 것은 4천겁, 한 마을에 태어나는 것은 5천겁, 하루저녁 동침은 6천겁, 한 가문에 태어나는 것은 7천겁,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것은 8천겁, 한 형제로 태어나는 것은 9천겁, 부모와 자식 혹은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는 것은 만겁을 지내며 함께 쌓은 선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라.(一千劫同種善根者一國同生 二千劫一日同行 三千劫一夜同宿 四千劫一鄕同族 五千劫一里同生 六千劫一夜同枕 七千劫一家同生 八千劫爲夫婦 九千劫爲兄弟 十千劫同種善根者爲父母師資)⑵

즉, 위에 든 10가지 예시는 현재와 미래가 모두 자신이, 혹은 함께 만든 선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씀이다. 이런 이치가 있기에 한민족의 역사를 36년간이나 침탈했던 일본과 새로운 마음으로 왕래하고 있고, 북을 도와 지금의 휴전선이 있게 한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국교를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는 북한의 입장도 이런데 기인한다 하겠다.

딱한 것은 타국과의 관계는 개선하려고 노력하면서 동족끼리 이 지경이니, 뼈가 뼈를 깎고 살이 살을 파는 일로서 정말이지 남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이다. 역사는 말이 없지만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분명 있다. 딱히 지켜보는 사람이 있거나 시비하는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짐짓 회피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없다.

스님들이 공양시 빠트리지 않고 하는 축원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병장기는 길게누어 우리나라 태평하고(干戈息靜國太平)
온세상의 뭇중생들 모두함께 주림없어(法界衆生同一飽)
마하반야 큰지혜로 저언덕에 이르과저(摩訶般若波羅密)


말 그대로 밥 먹듯이 하는 축원이다. 제발 삼세제불께서 이 축원만큼은 들어주시면 좋겠다. 아니 감응하시도록 각자가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범여왕의 지혜를 본받고 맹자의 말씀에 귀 기울이도록 하자.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이 떨어트린 콩알 하나가 아까워 손에 들려있는 것을 모두 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고기를 잡는다면서 나무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잊지 말자. 남과 북은 남이 되려야 될 수 없는 ‘우리’다. 그 우리가 한시라도 빨리 두 손을 마주잡고 활짝 웃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주(註)-
⑴왕도정치 : 인덕(仁德)을 근본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 유학(儒學)에서 이상으로 하는 정치사상.

⑵장노화상종선근인연(長老和尙種善根因緣) : 정행 편『승가일용식시묵언작법』81장(한국불교의례자료총서 권3, p.564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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