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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억불정책을 통해 본 인과응보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8-02-13 09:22:14    1,003    0
억불정책을 통해 본 인과응보

 

내용

【요점】

1. 억불정책은 제 발등을 찍은 일!

2. ‘땡추(黨聚)’는 억불정책의 산물이다!!

3. ‘스님=유괴범’ 말이 되나요?

4. 절은 육축(六畜)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어야 한다!!!

5. 오늘날 승려의 조상님은 과연 누구이신 지?

【내용】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건국하면서 고려의 문벌귀족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불교를 견제했다. 그들의 정신적 의지처였기 때문이다. 개국공신인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은 『불씨잡변(佛氏雜辨)』⑴을 저술하여 억불에 앞장섰다. 억불의 고삐를 다소 늦춘 왕도 있었지만 점차 그 강도를 더해 조선 말기에는 억불이 아닌 폐불(廢佛)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불교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뜻 있는 큰스님들의 피나는 그리고 눈물어린 노력과 불·보살님의 가피(加被)이지 싶다.

<1> 억불정책은 제 발등을 찍은 일

그렇다면 역대 왕과 유생(儒生)들이 철저하리만큼 핍박했던 그간의 승려들은 과연 누구인가.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승려의 결혼을 허용하는 종단도 없었다. 그러니 승려가 세습(世襲)되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고 외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도 아닐 테고, 결국 억불정책을 구상하고 자행했던 그 분들의 자손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제 손으로 제 발등을 찍는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다.

<2> 역사의 산물 ‘땡추’

그런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절에서 나온 승려들로 구성된 조직이 이른바 ‘당취(黨聚)’다. 억불정책의 피해자로서 구성된 만큼 일종의 반조정적 성격의 지하조직인 셈이며 ‘땡추’라는 말은 여기에 유래한다고 한다. 자비와 인욕을 수행의 덕목으로 삼고 서원한 수행자들이었지만 이런 지경에 이르고 보니 억불정책의 총책임자인 태조 이성계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도권에서 벗어난 이들은 자연히 음주와 식육까지도 자행하게 되었다는데, 고기로는 주로 돼지고기를 먹었다고 했다. 태조 이성계가 을해생(乙亥生) 돼지띠였기 때문이란다.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하고, 죄 없는 돼지가 가엾다는 생각도 든다.

또, 승려는 스스로 ‘불능안국치방(不能安國治邦)’이라 다짐하며 짐짓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그럼에도 조선조 500년 동안 발생한 수많은 반역사건의 배후에는 대부분 승려들이 개입되어 있었다. 그래서 ‘중 안 끼는 역적 없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승가의 치부라면 치부인 이런 것까지 들추는 본의는 이 글 말미에서 언급하겠지만 과연 우리가 무엇을 참회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잘못된 반복은 막아야 한다. 자비와 인욕 그리고 지혜와 용기라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불교의 존재이유를 어디서 찾아야한단 말인가?

<3> 스님을 애 잡아가는 도둑을 만들다

애가 운다. 말귀는 알아들을 정도는 되었던지 곶감으로 달래고 호랑이 이야기로 어른다. 그래도 듣지 않자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너 자꾸 울면 중을 오라 하겠다. 중이 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이는 울음을 멈췄다. 곶감이나 호랑이보다 훨씬 약발이 잘 듣는다. 이 아이는 일찍이 스님을 본 적이 있는 아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 본 스님은 겉모습부터가 이색적이었다. 삭발한 모습이나 옷차림새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등에 멘 걸망이 혐오스러웠다. 어른 말씀이,

「저 중이 메고 다니는 것이 무언지 아느냐? 저게 바랑(背囊)이라는 건데, 너처럼 말 안 듣고 우는 아이가 있으면 잡아서 저 속에 넣어 가지고 간다.」

아이는 생각했다. 바랑의 크기와 제 몸 사이즈를…, 그랬더니 얼추 맞았다. 겁이 덜컥 났다. 얼마 만에 나타나는 낯선 스님, 그 스님에게 잡혀가면 집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엄마 아빠를 평생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울음이 저절로 쏙 들어갔다. 그때부터 애 울음을 멈추게 하는 특효약으로 스님이 각광을 받게 됐다. 이 모습을 본 동생과 이웃집 애는 덩달아 스님을 무서워하게 됐다.

하지만 이게 할 짓인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을 본받고자 수행하는 스님을 애 잡아가는 도둑을 만들다니…. 이게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저질러온 업이다.

<4> 절은 육축(六畜)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어야 한다!!!

승려가 거주하며 수행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아련야(阿練若 [S]�araṇya)’라 한다. 마을에서 떨어진 조용한 장소를 말한다. 닭이나 개는 민가에서 키우는 가축의 대명사이리만큼 사람과 친근한 동물이다. 한편 사미십계(沙彌十戒) 가운데 마지막 열 번째가 ‘아닌 때에는 먹지 말고, 가축을 기르지 마라(不非時食不養家畜)’는 것이다. 그리고 보니 사찰은 개나 닭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있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수행공간으로 치자면 어디 사찰뿐이겠는가? 세간의 일반 학교도 조용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아련야’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사찰을 의미하는 것이지 모든 사찰에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물고기가 물을 떠날 수 없듯 중생이 있음으로써 부처님이 계시고, 승려가 있고, 사찰도 있는 것이다. 소정의 교육을 통해 수행을 마친 승려는 석존께서 모범을 보여주셨듯 입전수수(入廛垂手)⑵ 즉, 중생제도를 위해 세간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면 안 된다. 사찰은 그런 승려가 머물며 중생을 제도하는 공간이다. 마땅히 우마육축(牛馬六畜)인 소·말·양·돼지·개·닭 등 가축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어야 한다.

그간에 ‘절은 개소리 닭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힘주듯 말해온 것은 불교를 세간과 분리시키려는 또 하나의 문화정책이었던 것이다.

<5> 오늘날 승려의 조상은 누구이신가?

조선조 이전에는 승려를 천시한다는 발상조차 가능치 않았던 일로서, 고려의 문벌귀족 세력을 제거하고 민심을 새 정권으로 돌리기 위해 치밀한 계산 하에 자행한 문화정책이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미 지나간 일인 것을, 그렇다고 그간에 맺힌 원결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다. 그들을 용서하고 풀고 가야한다. 그게 불자의 도리다. 더군다나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 조상이기도 하다. 조상님을 욕하고 원망만 한다면, 이 또한 자신의 발등을 찍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의 승려나 불자보다 한국불교의 승려와 불자들은 배가정진(倍加精進)해야 한다. 인과법칙이 허언이 아니라면 우리 조상님들께서 지금 계신 곳이 분명 극락세계는 아니겠기에 하는 말이다. 그분들께서 삼악도의 고초를 겪고 계신데 베개를 높이 벨 수 있는 자가 누구란 말인가?!

아! 인과의 이치를 우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으니 즉목교보(卽目交報)다. 스님네의 조상과 유생님들의 후손! 어쩌면 후손을 깨우쳐주시기 위해 짐짓 보이신 절절하고 자상한 보살행인지도 모르겠다. 우수개 소리가 생각난다. “우리가 남이가!” 그렇다. 한 방울의 바닷물에서도 바다 전체의 맛을 알 수 있듯, 결국 우리는 누구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스스로 다짐하는 의미에서 생전예수재의 가영(歌詠)⑶ 가운데 하나를 되뇌어본다.

四海澄淸共一家 사대해가 맑아지면 너나없이 한집이고

사해징청공일가

訟庭寥寂絶囂譁 재판소는 적막하여 시끄러움 없으련만

송정요적절효화

如今世亂皆群犬 어지러운 요즘세태 물고뜯는 개들같아

여금세란개군견

空使諸司判事多 부질없이 재판관들 번거롭게 하는구나.

공사제사판사다


-주(註)-

⑴ 『불씨잡변(佛氏雜辨)』 : 목판본. 1권 1책. 1394년(태조 3) 저술. 정도전이 유학(儒學)의 입장에서 불교의 진리를 변파(辨破)한 책.

⑵ 입전수수(入廛垂手) : 심우도(尋牛圖)의 열 번째 내용이다. 입전(入廛)은 세속으로 뛰어듦을 말하고, 수수(垂手)는 교화(敎化)를 가리킨다. 즉 자신의 성불을 위한 수행을 마치고, 중생제도를 위해 세간으로 뛰어들어 중생교화에 진력하는 위(位)를 말한다. 그림은 걸망을 멘 수행자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⑶ 『석문의범』 권상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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