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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각집다례(茶禮) -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선종(禪宗)이 보여준 모범

최고관리자님    작성일2017-10-12 15:17:40    991    0
다례(茶禮) -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선종(禪宗)이 보여준 모범

 

내용

【요지】

1. 제례(祭禮)는 인류 문화의 특징인 습합(習合)의 대표적 성과
2. 향(香)과 다(茶)의 연원은 불교, 위패(位牌)의 원조는 유교
3. 다례(茶禮)에 녹아들어 있는 우요삼잡(右繞三匝)의 의미
4. 불심이 빚은 고려청자의 고운 자태와 빛깔
5. 선종이 보여준 선구자적 모범 이장위종(理長爲宗)⑴

【내용】

‘습합(習合)’은 종교나 철학에서 서로 다른 교리나 학설을 절충하는 것을 말하며 그 자취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드러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외래문화의 유입이 용이한 까닭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편이다. 중국조차 부러워하는 우리의 제례문화는 습합의 성공적이고 대표적인 성과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제례(宗廟祭禮)’⑵에서 보듯, 제례라 하면 으레 유교의 문화라는 인식이 보편화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상식과는 달리 제례문화는 원시시대의 유적이나 유교와 관계없는 문헌 등 도처에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제례에는 불교적 요소가 오히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향’과 ‘다’의 연원은 불교, ‘위패’의 원조는 유교

우리에게 익숙한 제례의 외형적 특징을 찾는다면 위패와 향 그리고 다를 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빠진 제례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각기 연원과 고향을 달리하지만 이 세 가지가 모임으로써 제례는 완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은『삼국유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고향은 인도이고,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신라 19대 눌지왕(訥祗王. ?~458) 때의 일로, 양(梁)나라 사신 원표(元標) 스님에 의해서다.⑶ ‘다’를 올리는 것은『삼국유사』경덕왕 충담사 표훈대덕조(忠談師 表訓大德條)에서 보듯 충담 스님께서 해마다 삼짇날과 중굿날(重九日. 음 9월 9일)이면 차를 다려 경주 남산 삼화령(三花嶺)의 미륵세존께 공양 올렸다는 기록⑷이 보이고 있다. 다는 본래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⑸ 특히 다례는『선원청규(禪苑淸規)』에서 보듯 불인융합(佛人融合)과 위계질서를 소중히 여기는 선가의 다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위패’는 본래 유교가 원조로 신령의 의지처로 사용하는 제구(祭具)다.⑹ 밤나무로 깎아서 만드는데, 밤은 심으면 삼 년 만에 첫 열매를 맺고, 첫 열매가 맺혀야 종자로 심은 밤이 비로소 썩는다고 한다. 대(代)를 이음이 지상의 과제요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하던 유교적 발상 덕분에 밤나무가 위패의 재료로 선택되는 영광을 안은 것이다.

▶ ‘다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우요삼잡’의 의미

다례에서 다를 올리는 예법을 보면 불교와의 깊은 인연이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 잔에 다를 채운 뒤 그 잔을 향을 가운데 두고 원을 그리듯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린 후 위패 앞에 올린다. 이때 향이 등장하는 것은, 한쪽의 뜻을 다른 한쪽에 전하는 매개체로서의 공능(功能)이 향에게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어 잔을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리는 것은, ‘우요삼잡’이라 하여 귀인을 만났을 때 행하는 인도의 예법을 따른 것이다.⑺ 자신의 효심이나 정성을, 어떤 통신이나 교통으로도 이를 수 없는 명계(冥界) 저편의 영가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향이라니 이 보다 더 귀하고 고마울 수는 없다. 따라서 감사함과 아울러 이쪽의 뜻을 영가에게 틀림없이 전해 줄 것을 당부하는 염원이 담긴 절차다.

▶ 불심이 빚은 고려청자의 고운 자태와 빛깔

흥미로운 것은, 문화민족으로서 한민족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인 고려청자 역시 다례와 떼 놀 수 없는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다. 불심이 강했던 고려인들은 이승에서의 인연이 다하면 서방정토에로의 왕생을 빌었고, 왕생하여 아미타불을 뵙게 되면 다공양을 올려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다완(茶碗)과 다구(茶具)는 필수적 부장품이었다.⑻
이쯤에서 풀리는 의문이 있다. 고려청자가 왜 그토록 명품일 수 있었는지 그리고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수가 적지 않은지 등에 대한 이유다. 부처님께 다를 올릴 다구였기에 그 제작에 정성을 다했고, 혼이 담겨진 만큼 예술적 가치도 뛰어났던 것이다. 또, 부장품으로 땅에 묻혀있었기에 수세기를 넘어 오늘날까지 온전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려청자의 그토록 고운 자태와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비취빛은 이렇게 탄생하였으니 곧 불심의 자태요 빛깔이라 하겠다.

▶ 선종이 보여준 선구자적 모범 이장위종(理長爲宗)

앞서 언급했듯 불교에서 유교의 물건인 위패를 받아들인 것은 이장위종의 입장을 견지해온 선종에 의해서였다. 아상(我相) 등 사상(四相)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말이 쉽지 뼈를 깎는 인고(忍苦)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인지 그간에 선종이 보여준 행적을 모범하여 현대인들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타성에 젖어 맹목적으로 휩쓸려 가는 것은 진정한 불자의 자세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기회를 저버리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진리는 변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진리는 과학이 발달되면서 정당성이 입증돼야만 한다. 다만 진리의 체득과 전달의 방법으로 채택된 방편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이것이 이장위종이다. 그러나 실천으로 옮기기까지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일찍이 선종에서 보여준 그런 용기라야 인류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 흠향하소서! 저희들의 정성어린 ‘다’를!

『삼국유사』 경덕왕 충담사 표훈대덕 조에서 보듯, 구월 구일 ‘중굿날’은 ‘삼짇날’과 더불어 부처님과 선조사님들께 특별한 마음으로 다공양을 올리는 날이다. 살아가는 일로 누구나 숨 쉴 틈도 없이 바쁘겠지만 앞으로 남은 자신의 생애에서 맞이할 중굿일이 몇 번이나 될지…?! 이 가을의 풍요로움은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부처님과 선조사님께 올리는 다(茶)와 당내 가득한 향내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다음 게송은 삼보님과 조사스님께 ‘다’를 올릴 때의 것이다.

<茶偈(다게)>

我今淸淨水(아금청정수) 저희들이 이제방금 마련하온 청정수를
變爲甘露茶(변위감로다) 생명수인 감로다로 변케하여 지니옵고
奉獻三寶前(봉헌삼보전) 두손으로 받들어서 삼보님께 올리오니
願垂哀納受(원수애납수) 애처로이 여기시고 물리치지 마옵소서.


無底鉢擎禪悅味(무저발경선열미) 바닥없는 발우에다 선열미를 받드옵고
穿心椀貯趙州茶(천심완저조주다) 구멍뚫린 다기에는 조주다를 기울여서
慇勤奉勸禪陀客(은근봉권선타객) 정성스레 큰스님께 두손으로 올리오니
薦取南泉玩月華(천취남전완월화) 남전화상 즐기시던 달과꽃을 취하소서.⑼


-주(註)-

⑴이장위종(理長爲宗) : 이치에 부합하는 좋은 이론이면 어느 쪽의 학설이든 누구의 교설이든 종의(宗意)로 삼는다는 개방적이고도 비평적인 정신.
⑵종묘제례(宗廟祭禮) : 종묘에서 거행하는 제향 의식. 조선 시대의 왕실 제사 가운데 규모가 크고 중요한 제사였으며 엄격한 유교식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종묘 제례악과 더불어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중요 무형 문화재 제56호.
⑶향(香) : 묵호자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이는 향이라는 것으로 태우면 향기가 몹시 풍기는데 정성이 신성한 곳에까지 이르는 때문입니다.(墨胡子見之曰 此之謂香也 焚之則 香氣芬馥 所以達誠於神聖)” / 『삼국유사』 권3 신라본기 제4
⑷僧每重三重九之日 烹茶饗南山三花嶺彌勒世尊
⑸다(茶) : 사찰의 스님들이 독경을 하기 전에 몸과 마음을 향기롭게 하기 위해 향기 있는 나뭇잎이나 열매 등을 다려 마신 것이 효시(嚆矢)라 한다. 수질이 좋지 않은 중국에서는 스님들의 풍속을 본받아 차 마시는 일이 곧 일반화되기에 이르렀고,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 하여 손님 접대용으로도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 이청림,『예절』(도서출판 지화당 1986년) p. 145 참고.
⑹위패(位牌) : 제방의 설을 종합컨대 후한(後漢. 2~4세기) 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위판(位版) 또는 신주(神主)라 하여 유가에서 사용하던 것을 불교에서 모범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본래는 10~40㎝의 율목(栗木) 판에 생전의 관위(官位)와 성명 등을 기재하여 신령의 의지처로 사용했다고 한다.
⑺우요삼잡(右繞三匝) : 고대 인도에서 귀인에게 존경을 표시할 때의 예법이었으며, 군대가 개선하고 돌아오면 성벽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성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런 풍속이 불교에 받아들여지고 부처님께 대한 수행승의 예법이 되었다. 또 의식화되어 각종 법요시 거행하게 되었다. / 中村 元,『佛敎語大辭典』(東京書籍株式會社, 昭和56) p. 79a, p. 1068a 참고
⑻조선일보 2010, 10. 14 [유홍준의 국보순례] [80] 일본·미국에 있는 고려청자 참고.
⑼「종사영반(宗師靈飯)」소수 <다게> (석문의범 권하 p. 85)
※무저발(無底鉢) : 담으려 하지 않는 발우. 무집착의 경계를 말함.
※천심완(穿心椀) : 무저발(無底鉢)과 同. 가운데가 뚫어진 그릇. / 心(가운데 심). 椀(주발 완).
※조주다(趙州茶) : [⇒趙州喫茶去(조주끽다거)] 조주종심(趙州從諗)이 학승(學僧)을 시문(試問)하면서 ‘차를 마시게’라고 나타냈던 공안. ‘거(去)’는 조사. 「沙門新到 曾到此閒麽 曰 曾到 師曰 喫茶去 又問僧 僧曰 不曾到 師曰 喫茶去」 -『會元』4. 趙州從諗章 - 불교의 진리는 끽다(喫茶)하는 일상비근(日常卑近)한 생활가운데 있음을 나타낸 것.
※선타객(禪陀客) : 지혜가 총명한 사람을 말함. 선타바(仙陀婆. saindhava)의 밀어(密語)를 아는 이라는 뜻. ‘선타바’는 소금·그릇·물·말[馬]이란 뜻이다. 영리한 신하가 선타바의 뜻을 잘 알아서 임금이 낯을 씻으려고 선타바를 찾으면 물을 바치고, 식사할 때 찾으면 소금을 바치고, 식사를 마치고 물을 마시려 할 적에 찾으면 그릇을 바치고, 출입하려할 때 찾으면 말을 가져왔다 한다.
※천취(薦取) : 천득(薦得). 천(薦)은 깔 것(敷物). 보자기 등에 싸서 전부 가져다 자기 것으로 함.
※남전완월화(南泉玩月華) : 남전완월(南泉翫月)+남전지화(南泉指花) / 玩(희롱할 완)
[남전완월(南泉翫月)] 남전보원이 달을 사랑하고 있을 때, 조주로부터 ‘언제부터 이랬는가?’고 질문을 받고, ‘20년 전부터 이랬다’고 했다. 완월(玩月)이란 달과 일체가 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곧 주객시간(主客時間)의 장애를 초월해 자재한 경지에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남전지화(南泉指花)] 남전보원이 뜰에 핀 목단(牧丹)을 가리켜 천지와 동근(同根)이요 만물과 일체인 나를 보인 것이라 하였다.
[남전(南泉)] 남전보원(南泉普願)748~834.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제자. 속성은 왕(王). 중국 정주신정(鄭州新鄭) 사람. 당나라 지덕 2년(757) 대외산(大隗山)의 대혜(大慧)에서 업(業)을 받고, 30세에 숭악(嵩嶽)에 가서 계를 받다. 뒤에 마조(馬祖)의 문에 들어가 교학을 버리고 도를 깨닫다. 정원 11년(795) 지양의 남전에 선원을 짓고, 30년 동안 산에서 내려가지 않았고 학인이 항상 모여들었다. 태화 8년 12월에 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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